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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음에 도전"… 타이어에 딥테크 도입

성승훈 기자

입력 : 
2023-04-21 17:38:36
수정 : 
2023-04-21 19: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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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타이어 1위 미쉐린
이탈리아 쿠네오공장 르포
전기차, 내연기관보다 저소음
타이어 마찰음 되레 크게들려
자체기술로 소음 20% 확줄여
수소전지등 非타이어사업 확대
메네고 대표 "M&A 적극 검토"
사진설명
미쉐린의 이탈리아 쿠네오공장에서 타이어를 생산하는 모습. 미쉐린
이탈리아 자동차산업 중심지인 토리노에서 남쪽으로 77㎞ 떨어진 쿠네오(Cuneo).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인 이 작은 도시는 중세 시대에는 요새 역할을 했으나 이젠 미래차·전기차 타이어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1위 미쉐린의 전진기지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찾은 미쉐린 쿠네오 공장은 서유럽 최대 규모 타이어 생산 설비(92만5000㎡·약 28만평)라는 명성에 걸맞게 타이어가 빼곡했다. 쿠네오 공장에 놓인 조립·경화·검사·어쿠스틱(Acoustic) 라인에는 분주히 움직이는 노동자로 가득했다.

타이어가 탑처럼 쌓여 있는 공장에선 날카로운 기계음이 들렸다. 18단계 제조 공정을 거친 반(半)제품 타이어에 메탈 등을 끼우는 작업이 한창이었기 때문이다. 기계음에 목소리가 파묻히면서도 노동자들은 "이곳은 전기차 타이어 소음을 줄이기 위한 기술이 집약된 곳"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미래차·전기차시장이 성장하며 타이어업계에서도 신기술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우선 미쉐린은 전기차 타이어에 스펀지를 덧대고 부착하는 어쿠스틱이라는 자체 기술을 개발해 소음을 20%가량 줄였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엔진 소음이 적어서 타이어 마찰음이 오히려 크게 들리는 편이다. 내연기관차 소음은 50㏈(데시벨)로 사무실 실내 소음과 비슷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반제품 타이어가 놓이자 동그란 스펀지가 별 모양으로 바뀌었다. 타이어보다 조금 더 큰 스펀지를 쉽게 넣기 위한 작업이었다. 별 모양 스펀지가 타이어에 '쏙' 들어가자 다시 동그랗게 펴졌다. 치릴 로제 미쉐린 기술·과학 디렉터는 "전기차 소음을 (자연 수준인) 최대 6~7㏈로 낮출 수 있다"며 "경쟁사들도 소음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쉐린과 같은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도 세계 최초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인 아이온(iON)을 출시하며 특정 주파수 소음을 억제하는 기술을 적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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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랑 메네고
타이어업계는 소음뿐만 아니라 회전저항 줄이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회전저항이란 타이어의 마찰열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이다. 회전저항을 t당 1㎏ 줄일 때마다 전기차 주행거리는 4% 늘어난다. 브뤼노 드 페로디 미쉐린 OEM부문 수석부사장은 "회전저항을 줄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고 한다"며 "2030년에는 10년 전보다 효율을 10% 이상 높인 타이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쉐린은 1992년에는 t당 12㎏이었던 회전저항을 2021년에는 5㎏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세계 2위인 브리지스톤도 맹추격에 나섰다. 브리지스톤은 '올로직' 기술을 적용해 타이어 지름을 키우고 접지면 폭을 대폭 줄였다. 이를 통해 회전저항을 줄여 에너지 효율은 높이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은 저감할 수 있게 됐다.

미쉐린이 미래차·전기차 타이어 분야를 선도하고 있지만, 쿠네오 공장에 쌓인 타이어는 모두 비슷한 모양이었다. 타이어 형태는 오랜 기간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업계에선 미래차 타이어의 경우 형태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한국타이어는 서울대와 함께 '트랜스포밍 타이어'를 개발했다. 종이접기 원리를 기반으로 형상가변 기술을 적용해 도로 환경에 맞춰 타이어 형태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타이어업계의 경쟁이 격화되고 경쟁사들이 격차를 좁히려 하자 미쉐린은 사업 다각화에도 적극 나섰다. 플로랑 메네고 미쉐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수소연료전지, 금속 3D 프린팅, 헬스케어 등 비(非)타이어 사업 부문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업 다각화의 성공 사례로는 독일 콘티넨탈이 꼽힌다. 20세기까지 타이어 생산에 주력했던 콘티넨탈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자동차 부품 종합 기업으로 성장했다.

메네고 CEO는 매일경제와 만나 "2030년까지 수익의 25%는 타이어 외 사업 부문에서 나올 것"이라며 M&A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딥테크(Deep Tech)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쉐린이 갖지 않은 전문지식을 보유한 회사들에 대해선 M&A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한국에 대해선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한국 브랜드 점유율이 높지만 한국시장을 놓칠 수 없는데다 현대자동차·기아와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메네고 CEO는 "현대차·기아와 북미시장을 함께 공략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에 제네시스 모델을 수출하며 많은 몫을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쿠네오에선 G80, GV60 BEV(배터리전기차), 아이오닉, 니로 등에 장착되는 타이어를 만들고 있다.

[쿠네오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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