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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 칠레도 국유화 선언

한재범 기자

입력 : 
2023-04-21 17: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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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아르헨티나 이어
리튬 3국 국가통제권 강화
中BYD, 칠레에 양극재공장
美 IRA 우회로 확보 나서
전기자동차 배터리 원료 '리튬'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매장돼 있는 칠레가 리튬 산업을 국유화한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전 세계 리튬 중 53%가 묻혀 있는 '리튬 삼각지대'(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의 리튬 산업이 모두 국유화됐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앞으로 리튬은 국가 통제가 있는 공공·민간 파트너십으로만 생산될 것"이라며 "이는 단기적으로 이기기 어려운 경제 성장의 기회이자, 지속가능하고 발전된 경제로 전환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밝혔다.

이어 보리치 대통령은 "100% 국가 소유권을 보유한 국영 리튬 회사를 만들기 위해 지역사회, 기업, 입법자들과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하반기 입법부에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칠레는 전 세계 리튬 중 53%가 매장돼 있는 리튬 삼각지대 국가 중 하나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칠레의 리튬 매장량은 930만t으로 세계 1위다. 시장점유율로는 전 세계에서 35.8%를 차지하고 있다. 칠레의 리튬 생산량은 2022년 기준 3만9000t으로 호주에 이어 2위다.

지난해 3월 취임한 보리치 대통령은 이 같은 이점을 활용해 리튬을 국가 사업으로 키울 것을 약속했다. 그는 대선 유세 때부터 리튬 생산을 위한 국영기업 설립, 전략자산 민영화 금지 등을 공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칠레에서 리튬을 생산하는 기업은 SQM, 앨버말 등 2곳이다. 칠레 정부는 리튬 사업권을 이들로부터 별도 국영 리튬 기업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리튬 삼각지대 3국은 일찍이 리튬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왔다. 볼리비아는 2008년 이미 리튬을 국유화했고, 아르헨티나도 지난 1월 리튬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기업들의 채굴권을 중단시켰다.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2%를 보유한 멕시코도 지난 2월 리튬 국유화 법안을 공포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의 전기차 선두 업체 BYD가 칠레에 2억9000만달러(약 3800억원)를 투자해 리튬 배터리용 양극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이 21일 보도했다. 칠레에 풍부하게 매장된 리튬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 매체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 CATL에 이은 2위 동력용 배터리 생산기업 BYD가 핵심 소재인 탄산리튬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투자를 단행한 것"이라고 전했다.

BYD는 칠레 공장 건설로 현지에서 매년 탄산리튬 1만2500t을 저렴하게 공급받아 양극재를 연간 5만t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과 2004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칠레산 리튬으로 양극재를 만들고, 이를 배터리 제조에 사용함으로써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재를 피하겠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하얀 석유'로 불리는 리튬은 거의 모든 종류의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다. 블룸버그 리튬가격지수는 2021년 3월 177.93에서 지난 3월 1026.84로 약 6배 상승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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