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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7분 영상 보고 사제총 '뚝딱'…"총기테러 남의 일 아냐"

이지안 기자

박홍주 기자

입력 : 
2023-04-17 17:25:41
수정 : 
2023-04-17 22: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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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무기 제작 매뉴얼 영상, 유튜브·SNS서 버젓이 소개
불법무기 콘텐츠 시정 조치
1년새 6배나 폭증해 4796건
마약·총기 동시밀수도 발생
전문가 "설계 도면만 있으면
3D프린터로 총기 쉽게 제작"
무기제조 관련 규제 마련 시급
사진설명
17일 유튜브에 무기 관련 영어 단어를 검색하자, 3개월 전에 업로드된 7분짜리 총기 제작 영상이 버젓이 게시돼 있었다. 영상에는 목판을 다듬는 것부터 시작해 제작 과정이 세세하게 나와 있었다. 제작 완료 후 시험발사를 하자 스테인리스 거치대를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위력적이었다.

한글로 검색하면 잘 나오지 않는 총기나 무기 제작 영상도 영어로 된 키워드를 넣거나 외국 사이트로 우회하자 쉽게 접근 가능했다. 이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향한 '파이프 폭탄' 역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온라인상에 제작 방법이 노출돼 있었다.

일본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 기시다 총리를 향해 20대 남성이 폭발물을 던진 사건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부실한 총기 및 폭발물 관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마약과 총기를 동시에 밀수한 40대 마약상이 검찰에 적발된 사건도 국민들 불안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 불법 무기 정보가 범람하고 3D 프린터 등의 기술을 이용하면 누구나 사제 총기나 폭발물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지만 법적·제도적 대응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2년 불법 무기류 정보의 시정조치 현황'에 따르면, 불법 무기류 관련 시정조치는 해마다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다음(카카오), 네이버 등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포털의 시정조치 건수는 2019년 292건에서 2020년 416건, 2021년 744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9월 기준으로 4796건이 집계돼 갑작스럽게 폭증했다.

전문가들은 총포 및 화약 제조 등 불법 무기류에 관련된 정보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포털이 접속 차단, 삭제 등 시정조치를 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가 테러 및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고 있는 불법 무기 자진 신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진 신고된 실탄 등 포탄류 불법 무기는 4만3541개로, 4년 전인 2018년(3만6766개)보다 18.4% 증가했다. 자진 신고된 불법 포탄류는 2019년 2만9076개에서 2020년 4만4049개로 크게 늘었으며 이후에는 4만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총기류는 매년 점차 감소 추세에 있지만 지난해에도 자진 신고 기간에만 455정이 수거됐다. 매년 수백 정의 총기가 상속 등을 거쳐 민간에서 관리되는 것이다. 불법 무기 단속에 적발돼 입건된 사람은 지난해 158명으로, 전년(129명)보다 훌쩍 늘어났다.

3D 프린터가 개발되면서 불법 무기류를 직접 제작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3D 프린팅 업체 관계자는 "설계 도면만 있으면 3D 프린터로 총을 만들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3D 프린팅 관련 법률인 '삼차원프린팅산업 진흥법'에는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품을 제조·생산해선 안 된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사제 총기가 테러에 사용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 보호와 공공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삼차원프린팅산업 진흥법'과 관련된 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은 "3D 프린터를 이용해 총기를 구성하는 부품들을 제작할 수 있고 이를 분리해 항공기에 탑승했을 때 적발이 어려워 놓치는 경우도 있다"며 "신기술 테러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고 형량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안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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