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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역습…모바일칩 강자 손잡고 파운드리 2강 흔들기

오찬종 기자

이새하 기자

입력 : 
2023-04-13 17:43:54
수정 : 
2023-04-13 20: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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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TSMC 초긴장
◆ 인텔-ARM 동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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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파운드리서비스가 12일(현지시간)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과 인텔 18A(1.8㎚) 공정에서 저전력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인텔 반도체 생산라인. 인텔·블룸버그
인텔이 ARM과 손잡고 스마트폰 두뇌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위탁생산 시장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선두 주자인 삼성과 TSMC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인텔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인텔이 ARM과 협력으로 모바일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선두 주자를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레이더는 "인텔은 오랫동안 PC를 위한 프로세서를 만들었지만 휴대전화, 태블릿 등에 사용되는 저전력 반도체에선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며 이번 "ARM과의 협력이 인텔의 이런 약점을 보완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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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인텔은 지난해 초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고 현재 미국과 유럽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부으며 생산설비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ARM 지원을 받게 된 인텔 파운드리는 부족했던 모바일 역량을 보완할 수 있게 됐다. ARM은 모바일 반도체 지식재산권(IP)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다.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 스마트폰 AP 강자들은 모두 ARM IP를 활용해 칩을 개발하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TSMC에, 퀄컴은 삼성과 TSMC에 번갈아 가면서 칩 제조를 의뢰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의 참전으로 애플과 퀄컴은 제조를 맡길 선택지가 늘었다. 기존 파운드리와 경쟁을 붙여 단가 인하를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대로 삼성전자와 TSMC는 가격 협상에서 종전보다 불리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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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AP 시장 진출은 지난해 시작됐다. 인텔은 지난해 7월 대만 미디어텍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 사가 구체적인 공정 수준과 생산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선 16㎚급 공정으로 미디어텍의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크용 칩을 생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텍은 중저가 AP로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미디어텍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33%로 1위를 차지했다.

인텔 드라이브는 애플, 퀄컴, 미디어텍 등 AP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 톱10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중 7개가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조하며 전략적으로 인텔을 밀어주면 삼성과 TSMC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TSMC와 점유율 격차를 줄이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인텔의 굴기가 더욱 반갑지 않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15.8% 수준이다. 반면 TSMC 점유율은 3분기 56.1%에서 4분기 58.5%로 올랐다. 이에 따라 업계 2위인 삼성과의 격차는 40.6%포인트에서 42.7%포인트로 늘었다.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60%대로 전 분기 대비 4%포인트 오르면서 삼성전자와 격차를 더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인텔의 미세공정 실력을 의심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직 외부에 뚜렷한 7㎚ 이하 미세공정 실력이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텔이 불과 1년 안에 업계 1·2위인 TSMC와 삼성전자보다 먼저 초미세공정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다. 이 때문에 이번 인텔과 ARM 연합이 일종의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는 평가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 대해 "나스닥 상장을 앞둔 ARM이 미국 기업과 연대를 보여주면서 투자를 독려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샌드위치 위기를 피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기술 초격차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5년 2㎚ 공정에서 반도체 칩을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업계에선 경기 평택에 들어설 4~6공장에 2㎚ 생산라인이 깔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2㎚ 공정의 핵심 기술이라고 불리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도입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TSMC 등 경쟁사가 2㎚ 공정에 도입을 예고한 이 기술을 3㎚ 공정에 이미 도입했다. GAA는 공정 미세화에 따른 트랜지스터 성능 저하를 방지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공정은 기존 5㎚ 핀펫 공정보다 전력은 45% 절감되고 성능은 23% 향상된다. 여기에 더해 파운드리 최첨단 기술 연구 조직인 반도체연구소의 위상을 높이고 투자액도 늘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경기 화성 연구소를 방문해 "반도체연구소를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두 배로 키워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올해 투자 규모는 45조~50조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DS 부문 투자(47조8717억원)와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전년 수준으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 7일 내놓은 잠정 실적 설명자료에서도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도 지난 2월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투자 방침을 재확인했다.

[오찬종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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