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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韓銀 금리 또 동결 … 이창용 "연내 인하는 과도한 기대"

류영욱 기자

입력 : 
2023-04-11 17:37:04
수정 : 
2023-04-11 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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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원 만장일치로 동결
최근 물가하락·경기위축 반영
2개월만에 성장률 전망 하향
"올해 1.6% 달성도 어려워"
사진설명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행 3.5%로 동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가파른 경기 위축에 한국은행이 11일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사실상 금리 인상 기조가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는 한은이지만 불과 두 달도 안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또다시 내려 잡을 만큼 경기 추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피벗'(방향 전환)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날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 3.5%에서 동결했다. 소수 의견이 없는 만장일치 결정이다. 2월에 이은 동결로, 기준금리가 두 차례 연속 동결된 것은 2021년 7월 회의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2021년 8월 0.5%이던 기준금리를 올리며 주요국 중 처음으로 긴축 기조에 돌입했던 한은은 1년여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두 차례를 포함해 7연속 인상 등으로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사진설명
미국 등 주요국이 여전히 긴축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인상 기조를 멈춘 것은 우리나라 경기 하강 속도가 유독 빠르기 때문이다. 2월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낮춰 잡았는데 두 달도 안돼 이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작년 4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0.4%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한은은 올해 1분기에도 가까스로 플러스 성장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경기 위축 본격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데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로 금융 불안이 확대된 것도 금리 동결에 나선 배경이다.

최근 물가는 안정세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2월(4.8%)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3월(4.1%) 이후 가장 낮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률은 2분기 3%대로 낮아지고 연말에는 3% 수준을 나타내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연내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날 3년물 국고채금리는 다소 상승했지만 그동안 장·단기물을 가리지 않고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완화적 스탠스를 분명하게 밝힌다면 하반기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이 같은 시장의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해 우려하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시장에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까지 형성되고 있는데, 금통위원들은 그러한 견해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최종 금리를 3.75%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를 두 번 연속 동결한 데 대해 인상 기조가 끝났다고 해석하는 시장의 기대감을 경계하며 추가 인상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한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금리 인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격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원자재를 제외한 근원물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은 것도 경계 요인이다. 3월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4.8%였다. 예정된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국제유가 변동성이 큰 것 역시 피벗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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