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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반도체 불황 뚫은 주성 미국·대만에 장비 공급

양연호 기자

입력 : 
2023-04-09 17:57:43
수정 : 
2023-04-09 19: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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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메모리 시장 개척 '청신호'
진입장벽 높은 증착 핵심장비
메모리분야 강자서 영역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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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주 회장
주성엔지니어링이 굴지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비메모리 생산을 위한 핵심장비를 공급하게 된다. 미국의 대형 종합반도체기업(IDM)과 대만의 대표적인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의 시스템 반도체 생산라인에 적용될 '원자층증착(ALD)' 장비 납품을 눈앞에 뒀다.

반도체 공정에서 노광, 식각, 증착 등 진입장벽이 높은 전(前) 공정 장비는 현재 미국, 네덜란드, 일본 등의 장비업체들이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납품은 국내 기업이 이들과 경쟁해 메이저 반도체 파운드리에 장비를 공급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2020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ALD 장비 '가이던스 시리즈'에 대한 글로벌 고객사의 테스트가 마무리돼 올 상반기 중으로 구매발주서(PO)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장비업체들이 반도체 장비를 개발한 후 양산 라인에 투입할 때까지는 검증 절차를 포함해 2~3년이 소요된다. 2015년부터 세계적인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와 손잡고 ALD 장비를 공동 개발해왔던 주성엔지니어링은 2020년부터 다수 고객사와 테스트를 진행해왔다.

그동안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제조공정 가운데 웨이퍼(기판)에 필요 물질을 입히는 증착장비 제조에 주력해왔다.

이 회사가 기술력을 축적한 ALD는 분자 단위로 층을 쌓는 기존 화학기상증착법(CVD) 방식과 달리 원자 단위로 더 얇은 두께의 반도체 박막을 제조해 적층할 수 있게 해준다. 네덜란드와 일본이 주도하는 극자외선(EUV) 공정 장비와 함께 최근 경쟁적으로 미세화·고성능화하는 반도체 제조를 위한 필수 기술로 꼽힌다.



글로벌 거대기업 틈바구니속 K반도체 비메모리 희망 쏜다

주성엔지니어링, 비메모리 장비 첫 수주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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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니어링은 전 세계 ALD 장비 시장에서 10%(2021년 기준)가 넘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선 SK하이닉스에 ALD 장비를 단독으로 납품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장비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이번에 비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에 ALD 장비를 공급하게 될 경우 메모리 반도체 장비 위주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다.

특히 적용 분야가 단순한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비메모리 반도체는 로직, 이미지, 센서 등 분야가 다양하고 시장 규모도 3배 이상 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계산을 수행하는 '프로세서' 혹은 '로직 칩' 등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70%가량을 차지한다.

세계 파운드리용 장비 시장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미국 램리서치 등 외산 장비가 7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이들의 매출 중 최대 67%(AMAT)가 파운드리에서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반도체 전문 연구원은 "북미와 대만 모두 로직 파운드리(위탁생산)에 강한 곳들인데 고유전율 물질 증착에 쓰이는 ALD 장비 공급을 D램을 넘어 로직 업체로 확장하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주성엔지니어링이 독자 개발해 적용한 시공간분할(TSD)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의 ALD 공법은 꼼꼼하게 박막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원자 층을 차례로 쌓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강점을 갖고 있던 기존 공간분할 방식에 시간분할 기술을 추가 접목해 세밀함이 요구되는 시간분할과 속도가 빠른 공간분할의 장점을 모두 살렸다. 생산성 향상에 목마른 전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들의 러브콜이 쏠리는 배경이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시공간분할 방식의 ALD 장비는 반도체 원판 위에 소스와 퍼지, 가스 등 노출 시간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어 커패시터, 트랜지스터, 인터커넥터 등 다양한 반도체 공정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초기 공급 규모를 수백억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갈 경우 규모는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연간 40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증착장비(62억달러)는 식각장비(78억달러), 노광장비(70억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한다.

약점으로 꼽히던 SK하이닉스와 중국 매출 의존도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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