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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경기따라 널뛰는 K반도체 보란듯 … TSMC, 영업익 10조 예고

김덕식 기자

박윤예 기자

입력 : 
2023-04-07 17:31:04
수정 : 
2023-04-07 2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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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쇼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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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이 극도의 부진에 빠졌던 올해 1분기 메모리 중심의 'K반도체'는 적자 늪에 빠져 휘청거렸다. 반면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장비 업체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반도체가 세계 경기 사이클에 좌지우지되는 메모리 위주의 '천수답' 사업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는 오는 20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7일 블룸버그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에 따르면 74억3900만달러(약 9조812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경기가 꺾이면서 반도체 업체마다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TSMC는 지난해 1분기와 엇비슷한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작년 4분기(52%)에 비해선 낮아졌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4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보릿고개에도 TSMC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반도체 업계는 애플, 엔비디아, AMD 등 팹리스(설계 전문기업)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적시 생산할 수 있는 능력 측면에서 TSMC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챗GPT 열풍에 따른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글로벌 팹리스 주문이 폭주하고 있는데 이 과실을 TSMC가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TSMC가 애플과 같은 최고급 고객사에 최첨단 반도체를 공급하며 시장지배력을 갖추고 있다"며 "경기 침체에도 선전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 고객사의 머신러닝 연산을 위한 고성능컴퓨팅(HPC) 프로세서 긴급 주문 증가에 따라 1분기 호실적이 전망된다"며 "5나노 이하 초정밀 공정에서 TSMC 점유율이 독보적이라 주문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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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는 TSMC가 3나노에서도 기술 우위를 보이며 올해 내내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첨단 공정에서 매출이 확대된 점도 TSMC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트렌드포스는 "7·6나노 공정 수익 감소를 5·4나노 공정의 수익 증가로 상쇄했다"며 "TSMC 전체 매출에서 7나노 이하 공정 점유율은 54%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대만이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걸쳐 산업구조가 안정적으로 짜여 있기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대만 정부는 신주과학공업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육성했다. 여기에는 TSMC와 UMC 등 파운드리 제조시설과 미디어텍 같은 반도체 설계회사 등 대만 정보기술(IT) 기업 수백 곳이 모여 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나노 제품군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면서 투자 비중 확대 의견을 냈다. 찰스 슘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연구원은 "나노 패키징 기술을 통해 위탁 칩 제조 시장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총마진이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50~55%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사가 세계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는 경기 사이클이 하강 곡선을 그으면서 재고가 쌓이면 시장가격이 급락한다. 분기 흑자 수조 원을 낸 지 불과 1년 만에 적자 수조 원을 낼 만큼 원천적으로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에 앞서 실적을 발표한 메모리 세계 3위 마이크론은 3조원 이상 분기 적자를 냈고, SK하이닉스 역시 3조원 이상 대규모 적자를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직접하는 인텔도 1분기에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메모리 업체에 비해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올해 1분기에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점도 메모리 중심 K반도체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네덜란드의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독점 생산 기업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ASML 역시 올해 1분기에 20억달러가 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수요 감소에도 이 회사 영업이익률은 30%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고 팹리스, 파운드리, 장비업체가 협업하며 점점 더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메모리 위주에서 탈피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K반도체에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지난 1분기에 노광 공정에 가속컴퓨팅 기술을 도입한 '쿠리소' 소프트웨어를 공동 발표해 반도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AI 시대를 장악하기 위해 비메모리 파운드리 업체가 끼리끼리 연합체를 강화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업체가 메모리 중심에서 벗어나도록 전방위적 지원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덕식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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