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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고용 꺾이자 'R의 공포' … 금값 사상 최고치 눈앞

김덕식 기자

입력 : 
2023-04-06 17:42:00
수정 : 
2023-04-06 22: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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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온스당 2000弗 넘어
은행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달러 약세·높은 인플레 영향
3월 민간 고용 크게 악화
소비시장마저 둔화 조짐
연준 내달 금리 동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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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다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국제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 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은행위기가 촉발한 세계 경제 불확실성과 달러 약세, 여전히 심한 인플레이션이라는 삼박자 속에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금 현물 가격은 전일보다 트로이온스당 0.31달러 오른 2020.73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19 위기감이 고조된 2020년 8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트로이온스당 2063.54달러 대비 불과 42.81달러 차이다.

이틀 연속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 둔화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날 미국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은 지난 3월 민간 부문 고용이 전월보다 14만5000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증가폭이 지난 2월(26만1000개)보다 10만개 이상 줄었으며 전문가 예상치(21만개)보다 낮았다. 전날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2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기업들의 구인 건수는 993만건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63만건 감소해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000만건을 밑돌았다. 6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22만8000건으로 집계돼 블룸버그 전망치(20만건)를 뛰어넘었다.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전만 해도 뜨거웠던 미국 고용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기조 강화를 의미하며 증시에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막상 고용시장이 냉각되는 조짐을 보이자 경기 침체 공포감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그만큼 투자심리가 불안하다는 얘기다. 루크만 오트누가 FXTM 시장분석매니저는 마켓워치에 "부진한 경제지표가 경기 침체 공포를 키우고 있는 만큼 안전 피난처인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서비스 업황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5일 발표한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를 기록했다. 기준선인 50을 웃돌며 경기 확장 국면을 이어갔지만, 전월(55.1)과 전문가 예상치(54.3)보다 낮았다. 앞서 ISM이 지난 3일 내놓은 3월 제조업 PMI는 46.3으로 전월(47.7)에 이어 경기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SVB 파산 등 지역 중소 은행의 위기가 고용 부진의 원인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용 경색 여파로 기업들의 고용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키런 클랜시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더타임스에 "이번 고용 수치는 SVB와 시그니처은행 실패의 초기 충격이 포착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도 불안하다. 이날 씨티그룹은 신용카드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 1월 전년 대비 7% 증가했던 소비가 3월에는 1% 줄었다고 밝혔다. 조반니 스타우노보 UBS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헤지 수단인 금의 안전자산 특성은 최근 시장 격동기에 빛나고 있다"며 "내년 초까지 금값은 2020년 8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를 넘어 2200달러를 시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경기에 민감한 중소기업 주가를 추풍낙엽처럼 떨어뜨렸다. 중소형 주식 2000개를 대표하는 러셀2000지수는 이번주에만 3%가량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하락률은 0.6%에 불과했다. 경기에 더욱 민감한 경향이 있는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긴축 효과가 나타나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다고 데일리FX가 전했다. 피터 터즈 체이스인베스트먼트카운슬 사장은 로이터통신에 "연준이 원하는 대로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 효과는 누적적이고 지연이 생기는데, 그 지연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연준의 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매파로 분류되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은행권 불안과 경기 침체 우려에도 기준금리가 5% 이상 돼야 한다고 말했다. 메스터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치인 2%까지 지속적으로 낮추기 위해 올해 기준금리가 5% 이상 돼야 하며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기준금리가 얼마나 더 높아져야 하고 (통화긴축) 정책이 얼마나 오랫동안 제한적으로 유지돼야 하는지는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가 얼마나 낮아지는지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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