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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우량채 발행 릴레이 흥행 … 부동산 PF는 여전히 '뇌관'

강봉진 기자

입력 : 
2023-01-09 17:48:35
수정 : 
2023-01-09 19: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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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도는 채권시장 … CP금리 두달만에 4%대로 하락
롯데제과 1500억 모집에
1조6550억원 뭉칫돈 몰려
한전 자회사도 자금조달 성공
신용도 낮은 채권 여전히 냉기
BBB-등급 회사채금리 10%대
기업 자금시장 양극화 불안
◆ 자금시장 숨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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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까지만 해도 연말은 가까스로 넘기더라도 연초에는 자금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기우에 그치는 분위기다."(자본시장 관계자)

연초 자금 시장이 빠르게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달 전 5% 중반대를 기록했던 기업어음(CP) 금리는 두 달 만에 4%대로 하락했다. 연초 재개된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수조 원 단위의 뭉칫돈이 연일 몰리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CP 금리(A1급 91일물 기준)는 전 거래일인 6일 5.01%보다 4bp(1bp=0.01%포인트) 내린 4.97%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에도 하루 전 거래일, 즉 5일(5.06%)에 비해 5bp 내렸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한 이후 단기간에 5.54%까지 치솟았던 CP 금리는 지난달 12일 하락하기 시작해 이날까지 연속해서 내리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하루 하락폭이 1~3bp에 그쳤지만 이달 들어 3~5bp 하락하며 하락 강도가 세지고 있다. 단기자금 시장까지 풀리면서 기업들의 자금 모집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연초 재개된 공모 회사채에는 매번 조 단위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고, 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 등 AAA급 공사채는 물론이고 지난해 외면받았던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입찰에도 지난해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이 이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제과(신용등급 AA)에는 예정 금액 1500억원을 크게 넘어서는 자금 1조6550억원이 몰려들었다. 롯데제과는 2년 만기 300억원, 3년 만기 1000억원, 5년 만기 200억원 등 총 15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역시 이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대상(AA-)에는 총 7600억원이 몰렸다. 대상은 2년 만기 400억원, 3년 만기 6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롯데제과와 대상은 모두 예정금액을 크게 뛰어넘는 자금이 몰려 각 사의 발행 계획상 최대 금액인 각각 3000억원, 2000억원 수준에서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이 높다. 연초 들어 지난주까지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KT(AAA) 3000억원(1500억원 예정), 이마트(AA) 3900억원(2000억원 예정), 포스코(AA+) 7000억원(3500억원 예정), LG유플러스(AA) 4000억원(2000억원 예정) 등은 모두 예정 금액 대비 최대 2배에 달하는 규모로 증액해 발행했다.

이날 한전채 입찰 마감 결과 2년 만기는 발행금리 4.2%에 1300억원이, 3년 만기는 4.28%에 2800억원이 낙찰됐다. 응찰 금액은 각 만기에 4100억원, 6600억원이다. 지난해 초 2%대였던 한전채 2년 만기 발행금리는 지난해 11월 초 5.99%까지 치솟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의 자금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지난달 22일 4.15%까지 하락했는데, 조 단위 자금이 몰리면서 발행금리가 4%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또 수출입은행이 정부를 제외하고 국내 발행사 최대 규모인 3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하자 포스코가 외화채 발행 채비에 나서는 등 국내 기업의 해외 자금 조달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김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A+), 포스코(A-), SK하이닉스(BBB-)가 한국물 발행을 추진 중인데 수은채의 온기가 일반 기업 채권으로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회사채 시장 마비에 놀란 정부가 서둘러 50조원 이상의 대책을 쏟아낸 것이 자금경색을 막는 데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글로벌 금리 인상이라는 근본적인 불안 요인에 부동산 경기 냉각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은 올해 상반기가 최대 고비라 자금 시장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회사채 시장은 이달 중순까지 발행이 예정된 공모 회사채가 대부분 AA급 이상 우량 회사채에 해당하고 여전히 부동산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자금 조달의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시각이 여전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주택시장 냉각과 최근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와 함께 상반기 중 해당 구조조정 과정 필요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며 "카드채까지는 최근 크레디트 시장 온기를 반영해 빠르게 금리가 내려가는 반면 A급 비우량 영역은 아직도 쉽지 않은 구간"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PF 우발채무 부담이 큰 일부 건설사와 증권사의 신용등급 혹은 등급전망이 하락하며 PF ABCP 금리가 10%대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대형 증권사의 PF ABCP 금리는 작년 말과 비교해 단기간에 50~100bp(0.5~1%포인트)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일부 중소형사는 10%대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관련 잠재 리스크와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실적 저하 우려가 존재하는 점을 감안하면 우량 회사채 내에서도 업종이나 개별 기업 실적 등에 따른 차별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발행된 롯데제과와 대상은 지난주 회사채 발행 때와는 온도 차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투자금융 관계자는 "롯데제과는 확실히 인기가 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업종별·신용등급별로 차별화 양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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