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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노트북 OLED 폭풍성장…기술 초격차로 中 따돌린다

최승진 기자

입력 : 
2023-04-04 17:51:11
수정 : 
2023-04-04 19: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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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용 OLED 年 40% 성장…삼성 4조 과감한 투자
TV·스마트폰 넘어 태블릿까지
OLED 패널 전방위 확산세
애플 아이패드 내년부터 장착
아산 신공장 2026년 양산 목표
패널 화면밝기·수명 대폭 개선
전체 매출 비중 4%서 20%로
◆ K디스플레이 승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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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4조원대 신규 투자는 정부가 지난달 15일 국가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한 이후 정부가 지정한 '6대 첨단산업' 가운데 첫 번째 투자 결정이 됐다. 삼성이 지난달 약속한 60조원대 투자 이행을 위한 신호탄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투자는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보기술(IT) 기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조준했다. 미래 '블루오션'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신규로 구축하는 세계 최초 8.6세대 생산라인에서는 IT용 OLED 패널을 제조한다. 삼성은 2007년 세계 첫 스마트폰용 OLED 양산을 시작했고, 현재는 스마트폰용에 최적화된 6세대 OLED를 생산 중이다. OLED는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물질로 만든 디스플레이를 뜻한다. 화소(픽셀) 하나하나가 자체적으로 빛을 내기 때문에 화질이 우수하고 소비전력 효율도 높다. 또 화면을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어 활용성이 뛰어나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까지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했지만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에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액정표시장치(LCD)는 이미 중국에 시장을 완전히 내줬고, OLED 시장에서도 중국이 빠른 속도로 부상 중이다.

이 같은 시점에 삼성의 8.6세대 IT용 OLED 투자는 한국과 중국 간 '양강 구도'로 치열하게 전개되는 경쟁에서 '승부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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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제2캠퍼스에서 진행된 투자협약식 후 행사장을 떠나며 회사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승환 기자
삼성의 이번 신규 투자가 '첨단산업'과 '지역균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지역의 소재·부품·장비 기업은 물론 지역 소재 대학과도 연계하는 '종합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대량 해고를 진행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에 이뤄진 투자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것은 '디스플레이 최강국'을 위한 정부 비전과 정책 지원에 민간의 투자 의지까지 더해진 '팀플레이' 결과물이라는 해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투자는 2조8000억원 규모의 국내 설비·건설업체 매출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고용 창출 효과는 2만6000명 규모로 추산된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를 결정한 8.6세대 OLED는 노트북PC와 태블릿에 최적화된 규격이다. 디스플레이에서 세대는 공정에 투입되는 기본적인 기판을 뜻하는 '원장(마더글라스)' 크기로 규정된다.

현재 생산되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은 6세대 제품으로 원장 크기가 가로 1500㎜, 세로 1850㎜ 규격이지만 IT용 OLED 패널은 크기가 가로 2290㎜, 세로 2620㎜로 2배 이상 크다. 원장 크기가 커지면 투입되는 설비 크기는 물론 공정기술 난이도도 달라진다. 화면 밝기는 2배, 수명은 4배까지 확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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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인치 노트북 PC에 들어가는 패널을 생산하려면 6세대에서는 원장 하나에 32장을 만들 수 있고, 8.6세대에서는 최대 88장까지 제조가 가능하다. 생산 효율이 월등히 올라가는 셈이다.

삼성이 IT용 OLED 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이 분야가 디스플레이 시장의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OLED 디스플레이 채택 비중이 40%를 넘었지만, 노트북 PC와 태블릿 등 IT 기기는 아직까지 LCD 패널 장착 비중이 95%에 달한다. 하지만 앞으로 IT 기기 디스플레이도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LCD에서 OLED로 빠르게 바뀔 것으로 관측된다. 레노버, 에이수스, 델, HP는 OLED 디스플레이 제품을 출시했다. 애플도 2024년 아이패드, 2025년 맥북에 OLED를 채택할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IT용 OLED 시장은 2022년 950만대에서 2027년에는 4880만대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39%에 달한다. 양산이 시작되는 2026년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가 IT용 OLED를 연간 1000만대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IT용 OLED 매출은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에서 20%를 담당하게 된다. 현재 매출 비중인 4%에서 5배 가까이 확대되는 셈이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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