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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끝까지 간다" … 中, 다시 반도체에 돈풀기

손일선 기자

입력 : 
2023-03-03 17:33:46
수정 : 
2023-03-03 2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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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최대 메모리반도체 YMTC
美 수출제재로 어려움 겪자
국영 투자자 자금 9조원 투입
정부 펀드서도 2조5천억 동원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는 선언
사진설명
미국의 수출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 YMTC가 중국 국영 투자자들로부터 9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등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국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반도체 굴기'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기업 정보 사이트 톈옌차를 인용해 최근 중국 국영 투자자 3곳이 YMTC에 490억위안(약 9조27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YMTC의 등록 자본금은 1050억위안(약 20조원)으로 2배가 됐다.

신규 투자자에는 중국의 국가 반도체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반도체 대기금)도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대기금이 YMTC에 129억위안(약 2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대기금 외에 창장산업투자, 후베이창성개발 등 후베이성에 위치한 투자 회사도 YMTC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빅펀드'로도 불리는 반도체 대기금은 중국 정부가 2014년 출범시킨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다. 2014년 1기 1387억위안, 2019년 2기 2040억위안 규모로 조성됐다. 반도체 대기금은 YMTC 외에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 100여 곳에도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 당국의 반부패 조사 과정에서 반도체 대기금 고위 관계자들이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신규 투자 활동이 사실상 중단됐다. 천문학적 자금 투자에도 반도체 산업 육성 성과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대기금 무용론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의 첨단기술 수출통제 등으로 장비 수급마저 난항을 겪으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 야망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반도체 관련 기업 5764곳이 폐업했다. YMTC와 CXMT 등 중국 대형 반도체 기업도 생산라인 증설 작업을 중단하는 고초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다시 9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반도체에 투자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반도체 산업 육성이 절박하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의 YMTC 투자는 미국의 수출 규제와 전 세계 수요 감소로 어려움에 빠진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공개적으로 선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YMTC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비해 한두 세대 뒤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지난해에는 애플이 YMTC가 생산한 플래시 메모리를 아이폰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 반대로 결국 무산됐지만 YMTC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YMTC도 미국의 대중 규제로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이 내놓은 중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금지 조치로 발목을 잡힌 YMTC는 작년 12월 미국의 수출통제 명단에 포함됐다.

SCMP는 "YMTC에 대한 추가 투자는 미국과의 기술 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 반도체 생산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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