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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반도체전쟁 중심엔 '양자컴' 패권… 특허점유율 美 40% vs 韓 1%

이덕주 기자

정호준 기자

나현준 기자

입력 : 
2023-03-03 17:33:28
수정 : 
2023-03-03 19: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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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양자기술 혁명
◆ G5 경제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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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양자컴퓨터'로 불리는 구글이 개발한 '시커모어 프로세서'를 장착한 저온 유지 장치. 구글은 시커모어 프로세서가 기존 슈퍼컴퓨터로 1만년에 걸쳐 수행해야 하는 연산을 불과 200초(3분20초) 만에 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 제공=구글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 일정 중 아인슈타인의 모교인 취리히공대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윤 대통령은 양자 과학기술을 국가 미래 전략기술 중 하나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의 양자 과학기술은 원천기술, 투자, 창업 등 모든 측면에서 선진국에 뒤지고 있다.

이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미국과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은 2016년 100억위안(약 1조8915억원)을 투자하는 이른바 '10개년 양자 연구개발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2018년에는 5년간 총 1000억위안(약 18조915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대다수 자금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공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 수상자인 앤드루 야오 전 프린스턴대 교수가 중국으로 귀국해 중국의 양자컴퓨터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한 것이 대표 사례다.

조사기관인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정부가 운영하는 양자컴퓨터 관련 펀드 규모는 중국 100억달러, 독일 31억달러, 미국 12억달러, 일본 4억7000만달러인데 한국은 3970만달러로 일본에 비해서도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이 정부 주도하에 양자 분야에 투자한다면, 미국은 빅테크와 스타트업 등 민간 부문이 산업을 이끌고 있다.

미국은 2021년에만 양자컴퓨터 관련 스타트업이 61개 나왔다. 양자컴퓨터 강국인 캐나다에서는 31개가 나왔고 한국보다 벤처 창업이 덜 활성화된 일본에서도 14개가 나왔는데, 한국은 2개에 불과했다. 스타트업 투자 규모 역시 중국 98억달러, 미국 20억달러, 일본 1억6700만달러에 달하지만 한국은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빅테크 중에서는 IBM,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등이 양자컴퓨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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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양자기술 육성에 나서고 미국은 민간이 산업을 이끌고 있지만 한국은 그동안 정부와 민간 양쪽에서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 수요가 없으니 양자 분야 인력이 계속 부족한 악순환에 빠져 있다.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퍼스트퀀텀을 공동창업한 안도열 서울시립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양자컴퓨팅 연구가 시작된 건 늦지 않았지만 관심을 받지 못해 연구자 수가 너무 적다"면서 "산업을 형성하려면 생태계가 조성돼야 하는데 스타트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퍼스트퀀텀은 양자컴퓨터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IBM의 퀀텀 네트워크에 참여해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부는 양자 분야 지원에 뒤늦게 나섰다. 양자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과 함께 국가전략기술 12개에 포함됐다. 지난달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전략기술육성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으로 과학기술 G5 도약'을 실현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는 2026년까지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올해 IBM이 만들 것으로 예상되는 1121큐비트 양자컴퓨터에 비해 초보적 수준이지만, 관련 기술을 축적해 10~20년 후 본격적으로 도래할 양자컴퓨터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의도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가 양자 비전 및 발전 전략'도 발표한다.

지난 발표에서 정부는 20큐비트 양자컴퓨터 시연 시점을 당초 내년에서 올해 하반기로 앞당겨 50큐비트 양자컴퓨터 구축 및 관련 클라우드 서비스를 2026년 말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에서 50큐비트는 2의 50승 규모의 정보를 연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일반적으로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이는 기준점으로 분류된다. 이준구 큐노바컴퓨팅 대표는 "양자컴퓨터 하드웨어(HW)는 일종의 춘추전국시대처럼 여러 양자컴퓨터 기술 후보가 발전해가고 있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반면 소프트웨어 분야는 우리나라가 기술 추격형으로 가더라도 선진기술을 확보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덕주 기자 / 정호준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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