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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반등에 회사채 '찬바람'… AA도 겨우 발행

강봉진 기자

입력 : 
2023-03-03 18:20:23
수정 : 
2023-03-03 19: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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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금리 4% 육박하고
한전채 4.4%까지 튀어올라
우량채엔 여전히 거액 몰려
자금시장 차별화 현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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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강세 흐름이 이어졌던 공모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이전과 다른 약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미국 10년 국채 금리가 4%를 넘어서고 국내 주요 국고채 금리도 4%에 육박하는 상황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회사채에 대한 매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3년(3.791%)·5년(3.818%)·10년(3.776%) 국고채 금리는 4%에 육박한 상태다. 이들 국고채 금리는 2월 중순쯤 국내 기준금리(3.5%)를 웃돌기 시작했고 빠르게 오르며 현 수준까지 이르게 됐다. 4%대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11월 중순의 금리에 해당한다.

지난해 하반기 자금 시장이 경색된 시발점인 강원도의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보증 채무불이행 사태 직후인 10월 중순에는 주요 국고채 금리가 4.5%까지 상승했다. 한국전력 채권(한전채) 발행 금리도 4%대 중반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오전 진행된 2년 만기 한전채는 발행 금리 4.35%에 1000억원이, 3년 만기는 4.4%에 1100억원이 낙찰됐다. 응찰금액은 각 만기에 1100억원, 2100억원이다.

국내 주요 금리의 전반적인 급등 현상은 회사채 발행시장의 부진한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진행된 현대차증권(AA-)의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응찰액이 850억원에 그쳐 예정액을 채우지 못했다. 2월 초 신용등급이 현대차증권과 같은 키움증권(AA-)의 수요예측에 예정액(2000억원)의 3배를 넘는 7150억원이 몰린 것과 비교하면 응찰액이 크게 줄었다. 당시 대부분의 회사채 발행금리가 민간 채권평가기관 평균금리(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에서 발행됐는데 현대차증권의 경우 민평금리보다 높은 '오버금리'에서 발행됐다.

증권사 투자금융 관계자는 "채권 시장에 꽃샘추위가 찾아왔다"며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가운데 우량물과 비우량물 회사채 간 차별화도 커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진행된 LG전자(AA)와 LG CNS(AA-)의 수요예측에는 각각 2조5850억원, 1조1100억원이 몰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공모 회사채 발행 시장의 연초 강세 흐름이 마무리되고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크레디트 채권 시장은 조정 국면 진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조정 기간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주요 국고채 금리 등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되는 게 기업(발행사)의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채권 시장이 다시 강세를 보이기 위해서는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등 회사채를 살 수밖에 없는 금리 여건이 회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황은 비우량등급에 해당하는 A등급 이하 발행사의 자금 조달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A급 발행사의 경우 수익성 둔화와 재무안정성 지표 훼손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며 "A급 기업의 경우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A등급 발행사의 부채비율은 2021년 3분기 122.5%에서 2022년 3분기 128.7%, 차입금 의존도는 29.2%에서 31.1%로 올랐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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