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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글로벌 반도체 분업체제 깨졌다 … 외통수 몰린 삼성·SK

최승진 기자

입력 : 
2023-03-02 19:3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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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까다로운 조건 내세워
최첨단 D램 공장 건립 요구
삼성전자 생산전략 고심
美中 반도체 분쟁 지속되면
한국, 中생산 20% 줄어들판
정부, 적극적 정책 조율 필요
◆ K반도체 위기 ◆
사진설명
미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지원금 기금지원공고에 자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 구축 의지를 분명히 밝히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지난 30여 년간 미국과 일본이 설계와 장비를 담당하고 한국·대만이 첨단 반도체를, 중국이 범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글로벌 반도체 '분업 체제'의 해체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균열의 파장은 곧 현실이 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현재보다 강화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중국 내 생산량이 내년에는 예상치의 20%나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큰 그림을 갖고 산업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최근 지정학적 동향과 관련해 생산망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미국 정부의 중국 압박이 본격화된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대응을 다각도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공급망에 있어 미·중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요인이 거세지고, 세계 각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나서면서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한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중국 내 생산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부터 막막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세계 각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우선 미국은 반도체 생태계를 내재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 생산지원금 기준을 발표하며 궁극적인 목표를 명시했는데 △2030년까지 미국에 최소 2개의 대규모 최첨단 로직 반도체 클러스터(특화단지) 신설 △여러 개의 첨단 패키징 시설과 최첨단 D램 생산시설 구축 △현세대 또는 기술 수준이 성숙한 반도체의 생산 능력 확대 등 3개의 축을 바탕으로 한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생산지원금 발표에서 반도체 생산을 위한 반도체 자재와 장비 생산 지원금 신청 절차를 올해 늦봄에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과 대만, 중국, 일본 등지에 흩어져 있는 산업 생태계를 미국 내에 조성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일본에서는 도요타·소니 등 일본 대표 기업 8곳이 설립한 라피더스가 홋카이도 지역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TSMC도 최근 일본 구마모토현에 두 번째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행보가 빨라졌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일본 정부가 내건 보조금이 있다. 유럽연합(EU)에서도 반도체 보조금 지원으로 인텔·TSMC 등의 신규 공장 건설이 활발하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큰 폭의 변화를 보이면서 국내 기업들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당장 생산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중국 공장의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의 2단계 작업을 완료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차 인수대금으로 인텔에 70억달러를 지급하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과 중국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 자산을 넘겨받은 바 있다. 이어 2025년 3월까지 나머지 20억달러를 2차로 지급하고 낸드플래시 웨이퍼 연구개발(R&D)과 다롄 공장 운영 인력을 비롯한 관련 유·무형자산을 이전받을 예정이다.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은 선단 공정 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진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세철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전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반도체 장비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유예를 추가로 받지 못할 경우 내년 이들 기업의 중국 공장 생산량은 예상치의 20%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와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D램 공장 건설을 거듭 요구하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에는 부담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건설한 첫 공장인 텍사스 오스틴 공장은 초기 D램을 생산했으나 이후 파운드리로 전환한 바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는 국내에서 계속 생산하는 전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정부가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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