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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리 상승 조짐에 … 예적금 대기 증가세로

한우람 기자

입력 : 
2023-03-02 17:43:57
수정 : 
2023-03-02 19: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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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저원가성 예금 13조 급증
정기예금·주식 대기수요 늘어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감소
금리 높은 대출 상환 움직임
전체 원화대출 감소세는 정체
취약차주 중심 연체율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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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개인들이 '빚 갚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유 자금이 생길 때마다 개인신용대출부터 상환하는 '디레버리징'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 현상으로 인해 예·적금으로 돈이 몰리던 이른바 '역머니무브' 현상이 진정된 반면 향후 시장금리 상승이나 주가, 부동산 시장 반등 가능성을 주시하는 대기자금이 늘어나며 지난 2월 들어 요구불예금을 비롯한 '저원가성 예금'이 전달 대비 늘어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은 94조951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96조8368억원)보다 1.9% 줄어든 것으로, 전년 동기(113조8563억원)에 비해서는 16.6% 급감했다.

4대 은행 전체 가계대출은 지난달 말 553조8265억원으로 전달(556조5725억원)에 비해서는 0.5%, 전년 동기(572조9424억원)보다는 3.3% 줄었다. 1년 새 개인신용대출은 18조9051억원 감소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감소액(19조1159억원)에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대출 규모가 거액인 데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서 여유 현금이 생기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부터 갚는 현상이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저금리 현상으로 꾸준히 늘어왔던 가계대출 시장이 고금리 직격탄을 맞고 빚을 줄이는 '디레버리징' 국면으로 확연히 전환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가계대출이 개인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원화대출은 쉽사리 줄지 않고 있다. 4대 은행 전체 원화대출은 지난달 말 기준 1146조3449억원으로 전달(1147조5677억원)보다 0.1% 줄었고, 전년 동기(1113조1955억원)에 비해서는 3.0%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채권 시장이 대란을 겪으면서 기업들이 은행 대출 문을 두드렸던 영향이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이다.

개인신용대출이 급감하고 있는 반면 취약 차주들의 연체가 늘어나며 은행들의 개인신용대출 연체율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4대 은행의 1월 가계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7%로, 전년 동기(0.04%)보다 크게 늘었다. 분모인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반면, 신규 연체는 늘어나면서 향후 개인신용대출 연체율은 점진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4대 은행 예금 부문에서는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예금(MMDA)을 합한 '저원가성 예금' 증가가 눈에 띈다. 4대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올해 2월 말 기준 491조6197억원으로 전달(478조5150억원) 대비 13조1047억원(2.7%) 늘었다. 정기 예·적금 규모가 지난달 말 669조2273억원으로 전달(671조4331억원) 대비 2조2058억원(0.3%)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은행 관계자는 "연초 정기예금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향후 금리 반등 가능성을 예상해 예금 가입 시기를 기다리는 대기자금이 상당하다"며 "정기예금 외에 주가, 부동산 등이 추가 하락하면 저가 매수에 나서겠다는 투자 대기자금 수요도 섞여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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