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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반도체 제국' 발톱 드러낸 美…보조금 풀어 소부장까지 싹쓸이

최승진 기자

입력 : 
2023-03-01 17:28:54
수정 : 
2023-03-01 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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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무부,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세부기준 발표
"美 국방부와 안보기관에
첨단반도체 먼저 공급해야"
안보·경제 이익 최우선 강조
미국산 건설자재 사용도 요구
총설비투자액의 5~15% 지원
10년간 對中 투자금지 못박아
◆ 美 반도체법 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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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반도체 생산지원금 기금지원공고(NOFO)에는 △경제·국가안보 △상업적 타당성 △재무상태 △투자이행 역량 △인력개발 △그 외 파급효과 등 6가지 심사 기준이 담겨 있다.

미 상무부는 이 가운데 미국 내 생산 증대와 안보 강화에 가장 큰 비중을 두어 지원 대상을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생산시설이 상업적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투자·업그레이드의 지속성을 들여다보고, 사업의 예상 현금 흐름과 수익률 등 수익성 지표를 바탕으로 재무 건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또 사업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환경 등 관련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지 등 투자이행 역량도 점검한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우선 채용 원칙을 담은 인력개발 항목에는 지원금을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 받으면 공장 직원·건설노동자에게 보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미 상무부는 기업의 미래 투자 의지와 지역사회 공헌 역시 심사기준에 넣었다. 여기에는 미국산 철강과 건설자재 사용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미 상무부는 '첨단 반도체' 공장에 우선순위를 두는 상황이다. 보조금 지급 신청을 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부터 받으면서 우선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첨단 반도체 공장은 이달 31일부터, 나머지 현세대·성숙기술 반도체 공장과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은 6월 26일부터 신청이 시작된다. 미 상무부가 언급하는 최첨단 반도체는 로직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낸드는 200단 이상, D램은 13㎚ 이하로 정의했다. 현세대는 5~28㎚, 성숙기술 반도체는 28㎚ 이상이다.

미 상무부의 심사기준과 우선순위를 고려할 때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보조금 수급을 위한 심사 기준을 무난히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이 이미 건설 단계에 있는 만큼, 상업적 타당성·재무상태·투자이행 등 심사 기준은 검증이 어느 정도 완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에 최첨단 공정을 적용한 만큼 보조금 우선순위 대상에도 포함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지원금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반도체 생산지원금을 신청해 대상자로 선정되면 테일러 공장 건설로 미국 연방·주·시 정부로부터 받게 되는 지원금의 규모는 모두 합해 최대 35억달러(약 4조6000억원)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 상무부가 밝힌 직접 보조금 지급 규모는 해당 사업 총설비투자액의 5~15% 수준으로 테일러 공장 총투자금액(170억달러·약 22조5000억원)을 감안하면 보조금 규모는 최대 25억5000만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가 테일러 공장과 관련해 텍사스주 정부와 테일러시로부터 받은 직간접적 인센티브는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는 아직 구체적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단계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미국에 후공정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건설을 포함한 150억달러(약 19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던 바 있다.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 신청이 6월 말부터 시작되는데, SK하이닉스는 아직 후공정 공장 용지도 선정하지 않은 상태다. 미 상무부는 연구개발시설 보조금 신청 절차를 올해 가을에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늦봄에 반도체 자재와 장비 생산 지원금 신청 절차를 발표한다는 계획에도 산업계는 관심을 두고 있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소재·부품·장비로도 지원 대상을 넓혀 산업 생태계를 미국 내에 조성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공고에서 "반도체 공급망이 세계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는데 이 같은 집중은 사이버 보안, 자연재해, 팬데믹 등 위험요인이 공급망을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대폭 늘리고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에 우선 투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 상무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2030년까지 미국에 최소 2개의 대규모 최첨단 로직 반도체 클러스터(특화단지)를 신설하는 것이다. 또 여러 개의 첨단 패키징 시설과 최첨단 D램 생산시설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세대 또는 기술 수준이 성숙한 반도체의 생산 능력 역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공고에 명시된 '초과이익 공유' 항목은 보조금 신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청 기업은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현금 흐름의 전망치를 미 상무부에 제출해야 한다. 공고에는 지원금을 1억5000만달러 이상 받은 기업은 전망치보다 실제 현금 흐름과 수익이 많으면 초과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다만 미 상무부는 전망치를 '크게(significantly)' 초과할 경우에만 초과이익 공유 대상이 되며, 공유분은 지원금의 75%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수익공유라기보다는 보조금 지원의 예상 성과를 정확하게 기재하라는 의미가 더 크다는 해석도 있다. 미 상무부는 기업이 세금을 낭비하지 않도록 엄격히 감시하겠다는 경고도 공고에 담았다. 기업은 지원금을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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