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두달간 180억弗 적자
대중 무역수지 5개월째 적자
디스플레이·석유화학·기계 등
수출 감소 품목 전방위로 확산
中시장 대체 아세안도 둔화
"중남미 등 다변화 전략 필요"
대중 무역수지 5개월째 적자
디스플레이·석유화학·기계 등
수출 감소 품목 전방위로 확산
中시장 대체 아세안도 둔화
"중남미 등 다변화 전략 필요"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2월 한국 무역수지는 179억5524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연간 무역적자인 477억8490만달러의 약 37.6%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1월과 2월 한국의 무역수지는 각각 51억5135만달러 적자, 6억7378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약 26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의 무역수지 악화는 대(對)중국 무역수지가 악화된 영향이 컸다. 지난달 대중국 무역수지는 11억3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 갔다. 다만 역대 최대였던 지난 1월(39억6701만달러 적자)보다는 적자 폭을 줄였다.
이 같은 추세는 지난해 수출 4위 국가인 홍콩과 수출 6위 국가인 대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대홍콩 무역수지는 지난해 9월, 대대만 무역수지는 지난해 5월부터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중국을 대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에서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아세안 대상 무역수지는 15억1400만달러로 지난해 2월(37억7891만달러)에 비해 60% 줄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악화가 겹친 여파라고 분석했다. 국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수요가 줄고 재고는 누적되면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반도체 중에도 수출 비중이 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악재까지 맞았다.
실제 D램 고정가는 작년 초 3.41달러에서 올해 1∼2월 1.81달러까지 하락했고, 낸드 고정가는 4.81달러에서 4.14달러로 떨어졌다. 그 결과 지난달 반도체 수출 실적은 작년 2월보다 42.5%(44억달러) 급감한 5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이 주력 수출 상품과 새로운 판로를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배경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무역수지 적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에 더해 아시아 국가들의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된 여파가 겹치면서 심화됐다"며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한국 수출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거대한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반도체 말고는 강한 산업이 없다는 게 대중국 무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일시적인 원인이 작동할 수 있지만, 구조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며 "소재·부품·장비 영역에서 대일본 수지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 기존 교역국을 대상으로 수출 상품을 다변화하고 중남미 지역 등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지역을 공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의 주력 상품인 반도체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는 국회 문턱에 가로막혀 있는 'K-칩스법' 등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미국에서 많은 세제 혜택을 통해 투자 유도를 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반도체 특별법을 빨리 통과시켜주고, 세액공제를 통해 우리 기업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 박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