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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對美 철강 수출, 中企 물량 늘려준다

송광섭 기자

입력 : 
2023-03-01 17:23:48
수정 : 
2023-03-01 20: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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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기존 쿼터제 개편 추진
배분기준 연간 실적으로 바꿔
후발 中企에 폭넓은 기회 제공
내년부터 기본쿼터 줄이고
공용쿼터로 유연성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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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가 대미(對美) 철강 수출 쿼터제를 본격 개편한다. 일부 대형 철강업체에 유리한 현행 제도를 개선해 중견·중소기업들의 대미 수출 길을 넓혀준다는 계획이다.

1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대미 철강 수출 쿼터물량 배정 기준을 현행 '2015~2017년 수출 실적'에서 '연간 실적'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하기로 했다. 연간 실적을 토대로 이듬해 기업들의 수출 쿼터물량을 재배정하는 방식으로 바꿔 후발주자에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대미 철강 수출쿼터제는 △기본쿼터 95% △개방쿼터 5%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쿼터는 2015~2017년 수출 실적대로 차등 배분된다. 수출 실적이 많으면 물량을 많이 받다보니 대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개방쿼터는 새롭게 수출을 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배정 물량이 적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자사 쿼터를 소진한 업체가 추가 수출할 수 있도록 '공용쿼터'를 신설하고 내년 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기본쿼터 90% △공용쿼터 5% △개방쿼터 5%로 변경하는 것이다.

쿼터물량을 소진하지 못해 반납할 경우에도 기존에는 기본쿼터에 편입했지만 내년부터는 공용쿼터에 편입된다. 쿼터물량은 적지만 수출 여력이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수출을 늘릴 수 있게 돕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중소·중견 철강업체들은 현행 수출 쿼터제의 운영 방식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일부 대형 업체들이 쿼터물량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어 새롭게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는 얘기다.

한 중견 철강업체 관계자는 "회사 사정상 2015~2017년에 대미 수출을 많이 못했는데 그 당시 실적이 적다는 이유로 쿼터물량이 얼마 안 되는 상황"이라며 "2019년 이후 주문량이 늘어 수출을 더 늘리려고 해도 방법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 철강업체들이 쿼터물량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업체 입장에선 불리한 면이 있다"며 "기회의 공정성 측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현재 구조에선 주도권을 쥔 업체들에만 계속 수출 기회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구자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강관(파이프) 제조업체의 대미 수출 실적은 18억7034만달러(약 2조4000억원)다. 그중 주요 4개사(현대제철·넥스틸·세아제강·휴스틸)의 수출 실적은 83%(15억5238만달러)를 차지했다. 나머지 17%는 주요 4개사를 제외한 74개사가 나눠 갖고 있다.

산업부의 이번 조치로 쿼터물량이 적은 중소·중견기업들의 대미 수출 길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공용쿼터 신설 등이 적용되면 수출 쿼터물량이 적어 어려움을 겪어온 기업들도 수출물량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행 이후 업계와 소통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은 계속 보완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소극적이던 중소·중견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활성화될지도 관심사다. 예컨대 국내 강관 제조업체에 작년부터 이어진 고유가는 호재다. 미국 셰일가스 시장이 호황을 맞으면서 송유관·유전관의 주문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쿼터물량이 적은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는 수출물량이 제한적이다 보니 생산설비를 늘리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철강 수출 쿼터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도입됐다. 미국 정부의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 따라 한미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일부 재협상을 통해 과거 3년(2015~2017년)간 한국산 철강수입 물량의 평균 70%를 쿼터로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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