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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통신이 정부개입 마지노선 … 소주까지 공공재 취급 안돼"

김정환 기자

박동환 기자

이재철 기자

입력 : 
2023-02-27 17:45:58
수정 : 
2023-02-27 19: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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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바라본 윤석열 정부의 '신관치 논란'
◆ 新관치 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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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신(新)관치 논란이 가장 크게 불붙은 지점은 5대 은행권과 3대 통신사다. 과점 체제에서 길목을 지키는 것만으로 돈을 버는 기업들의 지대 추구 행위에 따라 국민 부담이 커졌다면 정부가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신관치 논란을 두고 전문가들은 은행과 통신 업종까지를 관치 여부를 가늠하는 '마지노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들 업종에 대한 정부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은행과 통신 업종은 민간 기업일지라도 정부 면허를 받은 사업자들만 참여할 수 있고 사회 시스템의 근간을 이룬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있다는 게 이유다.

다만 정부가 은행·통신 외 다른 업종으로 개입을 늘린다면 아무리 민생경제와 공정경쟁을 내세워도 민간 가격 왜곡현상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통신 기업은 사회 시스템의 근저에 있는 데다 파산하면 막대한 사회·경제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공공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은행·통신업은 규모의 경제, 글로벌 경쟁력 등 이유로 정부가 과점 체제 영업을 보호해 줬지만 업계는 높은 이자를 받고 5세대(5G) 시설 투자를 미흡하게 하는 등 기대 이하로 반응했다"며 "소비자만 고통받고 있어 이제는 경쟁을 고려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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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국민에게 저렴하게 충분히 잘 제공되고 있는지의 관점에서 보자면 현재 은행과 통신업에는 독과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은행·통신 외 영역으로 정부 입김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하 교수는 "민간기업은 경제원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임원은 "정부가 추가적으로 다른 민간 분야 기업활동에 개입한다면 시장 가격 왜곡현상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정부는 독과점 기업 제재가 공정경쟁을 강화해 시장경제를 더 살리는 길이라며 관치 논란에 선을 그었다.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연세대 학위수여식에서 "기득권 카르텔을 깨고 실천할 때 혁신은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한 데는 이 같은 맥락이 깔려 있다.

이날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자와 만나 "윤 대통령이 금융·통신 등 민생 품목에 대해 시장 왜곡 해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독과점을 타파하고 공정한 경쟁 기반을 확립하는 게 자유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공재 성격이 강하고 과점 체제인 은행과 통신업계의 경쟁 시스템을 강화하라"며 제도 개선을 지시했고, 관련 부처는 통신 3사 불공정거래와 은행권 예대마진 담합 여부, 정유사 휘발유 도매 가격 공개 확대는 물론이고 포스코, KT 등 민영화한 공기업 지배구조 개선까지 전방위적으로 수술에 나선 상태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기업들 표정은 복잡하다. 재계의 솔직한 속내는 민간 주도 성장을 내걸었던 윤 정부가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게 혼란스럽다는 것과 정부의 시장 개입 강도가 점차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다.

한 대기업 임원은 "공공재가 아닌 민간기업 경영활동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전형적인 과잉 규제"라며 "작은 정부를 내건 보수정권이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큰 정부를 내세우며 기업활동에 관여하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공재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경제학적으로 공공재는 비경합적(누구나 사용 가능)이며 비배제적(대가를 지불할 필요 없음) 성격의 재화와 서비스로 정의된다. 엄밀히 말해 은행과 통신 업종은 공공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통신업계 고위 관계자는 "통신 서비스의 재료인 주파수는 공공성이 있지만 이를 기업이 거액을 주고 구매한 후 통신설비를 넣고 부가가치를 더해 완성한 게 통신 서비스"라며 "따라서 공공재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요금 선택권 강화라는 정책 취지에는 일정 부분 공감한다"면서도 "정부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기업에 특정 데이터, 특정 시간대별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에 맞춘 요금제를 강요하는 것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노골적인 관치"라고 주장했다.

[김정환 기자 / 박동환 기자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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