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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반격나선 카카오 … 하이브와 공개매수 경쟁 불붙나

오대석 기자

고민서 기자

정주원 기자

입력 : 
2023-02-27 17:38:18
수정 : 
2023-02-28 10: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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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기존전략 전면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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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잠행을 이어오던 카카오가 27일 참전을 공식 선언한 것은 28일까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22일 확보한 하이브가 공개매수까지 성공하면 카카오 입장에서는 만회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지난주 9000억원에 가까운 실탄을 공급받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충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카카오엔터가 김성수 각자대표 명의로 내놓은 성명에서는 SM 인수전을 대하는 어조가 이전보다 한층 강경해졌다. 이날 '필요한 모든 방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공개매수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가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하이브의 SM 지분 공개매수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이날 SM 주가는 장중 12만7100원까지 올랐으나 장 후반으로 가면서 하락해 전 거래일 대비 0.58% 내린 12만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여전히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장외거래인 공개매수는 직접 증권사를 방문해야 하는데도 장내거래보다 높은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12만원보다 가격이 유의미하게 떨어져야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하이브 측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가정적인 상황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공개매수에 응할 주주들은 주가가 아니라 앞으로 향방을 볼 텐데, 카카오가 빠지면 12만원이 바로 무너질 수 있어 현재까지 실패라 장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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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경영진도 공개매수 저지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현 경영진은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며 하이브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SM은 지난달 2022∼2024년 별도 당기순이익의 최소 2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날 이를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사회 결의를 통해 635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재원 635억원은 이 전 총괄에게 지급하기로 돼 있었지만 계약 종료 등으로 아낀 프로듀싱 인세 추정금액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SM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635억원은 지분 2%를 확보할 수 있는 규모다.

공개매수와 함께 관심을 끄는 변수는 이 전 총괄이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소송이다. 이 전 총괄은 '경영권 분쟁 중인 상황에서 SM 경영진이 카카오를 상대로 유상증자를 하고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M과 카카오 측에서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었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번 가처분이 인용되면 하이브가 유리해진다. 반면 가처분이 기각돼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보유하게 되면 지분 싸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카카오의 공식적인 대응도 하이브의 공개매수 성패와 재판 결과를 본 뒤 나올 가능성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가처분이 기각되면 14만~15만원에 공개매수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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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력 면에서는 8795억원을 유치한 카카오엔터가 당장은 우세하다.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는 현금·현금성 자산으로 2396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모회사인 카카오는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현금성 자산 4조5552억원을 들고 있다.

하이브는 작년 3분기 말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으로 9030억원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올 들어서만 미국 QC미디어홀딩스 인수(3140억원)와 SM 지분 인수(4228억원) 등에 7000억원 넘게 쓴 상태다. 자금 마련을 위해 하이브는 최근 계열사에서 1200억원을 차입하기도 했다.

지분 확보전에 대비한 활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이브와 이 전 총괄 측은 의결권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또 SM은 다음달 2일부터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해외 투자자들과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에 투자한 GIC와 PIF 관계자 등을 만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SM의 주요 기관투자자는 국민연금공단(8.96%) KB자산운용(3.83%) 컴투스(4.20%) 등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16일 장중 SM 주식 65만주(2.73%)를 순매수한 기타 법인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약 하이브와 카카오가 SM 경영권을 두고 인수전을 벌이면 공개매수뿐 아니라 주요 투자자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특히 3월 31일로 예정된 SM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선임 대결도 있는 만큼 기존 주주들에 대한 설득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 기자 / 고민서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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