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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설악산 대청봉 가는길 … 오색케이블카 들어선다

이희조 기자

이상헌 기자

진창일 기자

입력 : 
2023-02-27 17: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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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 내년 초 착공에 들어간다. 케이블카 설치 공사는 2026년 완료될 전망이다. 이로써 1980년대부터 설치가 추진된 오색케이블카는 40년이 넘는 논란을 뒤로하고 이르면 3년 뒤 설악산 자락을 오가게 됐다. 하지만 환경단체 반대가 여전해 설치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강원 양양군의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와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서 직선거리로 1.4㎞ 떨어진 '끝청'을 오가는 연장 3.3㎞ 케이블카를 세우는 사업이다. 상부정류장은 해발 1430m 높이에 설치된다. 오색케이블카는 시간당 최대 825명을 수송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총사업비는 최대 1000억원이다. 양양군은 이번 사업으로 연간 1520억원의 경제적 효과와 935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건부 협의는 특정 조건만 추가로 갖추면 사업 착수에 동의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사업을 허가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를 비롯한 절차가 남아 있지만 양양군은 절차를 문제없이 밟아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환경청이 사업을 허가한 것은 케이블카 설치·가동 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양양군의 계획 때문이다. 이 계획은 이날 조건부 협의 결정이 난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담겨 있다. 양양군은 지난해 12월 말 환경부에 재보완서를 제출했다. 환경청은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한 방안 등이 제시돼 있다"고 밝혔다.

환경청이 양양군에 제시한 조건은 △산양 등 법정보호종에 대한 공사 전·중·후 모니터링 △착공 이전 법정보호식물과 특이식물에 대한 추가 현지 조사 △상부정류장 구간 규모 축소 방안 강구 △착공 이전 시추조사로 지반 안정성 확보 등이다. 양양군은 사업계획을 승인할 때 이 조건들이 반영됐는지를 확인해 환경청에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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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케이블카 사업은 1982년 강원도가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는 문화재·보호구역 내에서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일을 할 때 받는 허가다. 강원도의 현상변경 허가안은 두 차례 부결되며 사업이 좌절을 겪었다.

양양군은 2010년부터 사업을 재추진했지만 또다시 두 차례 부결됐다. 이후 2017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설치 허가와 문화재청의 문화재 현상변경 조건부 허가 결정, 2019년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서 제출, 2021년 보완 요구 등을 거친 끝에 사업은 이날 허가를 얻어냈다. 그간의 과정에서 환경부의 사업 부동의나 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요구에 반박하는 양양군의 행정심판 청구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사업을 둘러싼 의견 대립은 40여 년 동안 이어져왔다. 찬성 측은 오색케이블카 설치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와 노인을 비롯한 약자들이 국립공원을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들었다. 반대 측에서는 주로 산양과 같은 천연기념물 등 환경이 훼손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가 선정한 강원도 15대 정책 과제 중 하나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선거 공약이기도 하다. 이날 김 지사와 김진하 양양군수, 정준화 양양오색케이블카 추진위원장은 공동 담화문을 내고 환경부 결정을 환영했다. 강원도는 조직 개편을 통해 설악산 삭도(케이블카) 추진단을 만들어 후속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정치권에서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이날 "40년 숙원 사업이었던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강원특별자치도 시대를 준비하는 데 청신호가 켜졌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도 "오랜 갈등과 논란 끝에 역사적인 첫발을 내딛게 됐다"며 "케이블카 설치로 설악권 경제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여전해 작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강원행동과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원회는 이날 환경부의 결정 직후 성명을 통해 "환경부는 설악산을 그대로 두라는 국민의 바람과 전문기관의 거듭된 부정 평가를 무시한 채 케이블카를 무조건 추진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하명만을 받들었다"며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설악산을 제물로 삼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이희조 기자 / 이상헌 기자 / 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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