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27일 제1여객터미널(TI)과 제2여객터미널(T2)을 통합한 면세점 사업권 입찰 참가 신청을 받고, 28일 사업제안서와 가격 입찰서를 받는다. 이르면 다음달 1차 사업자를 발표한 뒤, 신규 사업자는 오는 7월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이번에 나온 총 7개 사업권 중에 대기업 몫으로 5곳이 할당됐다. 1차 심사에서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40%, 사업계획 60% 점수를 반영해 복수 업체를 정한다. 2차 심사에선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40%, 사업계획 10%씩 반영해 점수를 내고, 관세청의 특허심사점수 50%를 합산해 고득점 업체를 최종 선정한다. 결국 평가에서 임대료가 40%를 차지하는 것이다.
반면 국내 면세점은 과거 업황이 좋을 때 높은 임차료를 써내 특허권을 따냈지만, '승자의 저주'를 겪었고 그 여파가 지속됐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중국의 사드 보복, 코로나19 사태 등 업황을 예견하지 못했고 높은 고정임차료로 매월 적자를 겪었다"며 "코로나19 때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적자는 더 커져 높은 임차료를 써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의 자국인 면세 수요 '몰아주기'우려도 나온다. CDFG는 쉽게 말해 중국관광공사 산하 국영기업이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이 자국 면세점만 방문하면 인천공항 면세점이 전부인 시티플러스·그랜드관광호텔·경복궁면세점 등 중소 국내 면세점은 특히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기준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내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45% 수준이고,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42%였다.
출국장 면세점을 신호탄으로 시내 면세점까지 진출할 경우 중국인 관광객과 함께 다이궁의 수요까지 흡수할 것이라는 걱정도 있다. 국내 면세 매출에서 시내 면세점이 출국장보다 6배 더 나오는 상황에서 CDFG가 국내 면세점 매출 비중 90%를 차지하는 다이궁을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도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호텔에만 데리고 간 경우가 있었다"며 "중국 면세점이 시내에 진출하면 자국 면세점으로 중국인을 모두 다 몰고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CDFG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탓에 브랜드와 상품 구색이 뒤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해 하이엔드급 브랜드를 유치한 이력이 없고, 대부분 매장이 중국에 위치해 고객 서비스 품질 등이 뒤떨어진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인천공항에 중국 면세점을 유치할 경우 짝퉁 제품 등에 대한 이슈가 발생해 이미지나 평판이 떨어져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한편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증가할 중국인 관광객 때문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상하이나 베이징에서 가장 오기 편한 국가가 한국이다.
[홍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