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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은행 철옹성'…삼성생명·미래에셋서 공과금·환전까지

한우람 기자

조윤희 기자

입력 : 
2023-02-26 17: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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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지급결제·외환·대출' 제2금융권에 개방 검토
보험·증권 지급결제 허용하면
송금 이체 카드대금 결제 가능
인터넷·지방은행 규제도 풀듯
대출중개 플랫폼에 은행 참여
5대 은행 간 경쟁 유도하기로
◆ 은행 독과점체제 새 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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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은행 고유 업무인 지급결제·외환·대출 등 분야에서 제2금융권에 문호를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업권 간 경쟁을 촉진해 5대 은행에 편중된 과점 체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당국이 규제를 풀어주면 삼성금융계열사나 미래에셋증권에서도 자유롭게 뱅킹 업무를 볼 수 있다.

특히 2008년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도입 이후에도 은행권의 강력한 반발로 막혀 있던 지급결제 시스템에 보험사와 증권사가 진입할 수 있는 청신호가 켜졌다.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되면 보험과 증권사에서 은행 송금, 이체, 카드대금 결제, 공과금 납부 등 업무가 가능해진다. 당국은 또 올 상반기 대형 증권사에 대해 일반 환전 업무 규제를 개방할 예정이어서 외환 분야에서도 금융권 간 경쟁의 서막이 열렸다.

2008년에도 보험·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규제 완화'를 기치로 내걸고 보험사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 방침을 밝히면서 증권사에 대해서는 '개인 고객'에 한해 CMA를 통한 지급결제 업무 길을 열어줬다.

그러나 대책 직후 세계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를 강타하면서 '금융 안정'이 핵심 정책 목표로 바뀐 데다 은행권의 강력한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보험업에서는 지급결제 허용 관련 입법이 잇따라 무산됐고, 증권업에서도 '법인'에 대한 지급결제가 여전히 막혀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금융결제원 지급망 비용으로 3000억원 이상을 내놨는데도 개인 지급결제만 허용된 상태인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투자은행(IB) 부문 등을 통해 이미 법인들과 직접 금융시장에서 소통하고 있는 상황이라 나름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지급결제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통해 금융 소비자가 누리는 혜택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도 지급결제 서비스를 허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간편송금을 내세운 빅테크와의 경쟁은 현재 '기울어진 운동장' 상태인데, 지급결제 서비스를 통해 카드 소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전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내 9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올 상반기부터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일반 환전 업무를 허용해주기로 했다. 향후 외환시장 플레이어 확대로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환율 안정성이 높아지면 은행·증권 외에 다른 금융업권도 직접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권별 협회를 중심으로 은행권 경쟁 촉진을 위해 수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받아 검토할 것"이라며 "과거와 같이 업권별 밥그릇 싸움으로 보기보다는 금융 안정과 국민의 효용 증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염두에 두고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인터넷 은행과 지방 은행 등 '대안 은행'에서도 경쟁 촉진 아이디어를 받아볼 예정이다. 인터넷 은행은 현재 개인사업자를 제외한 기업 대출이 막혀 있고, 지방 은행은 본점 소재지 외에 다른 행정구역에 대한 점포 신설이 일부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당국은 지방 은행에 대한 권역별 점포 신설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비대면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 은행이 공동으로 입점한 '플랫폼'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은행은 기업 대출을 순차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인터넷 은행이 원하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완화는 당초 인터넷 은행 설립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아울러 당국은 5대 은행 간 경쟁 촉진 방안도 지속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대출중개플랫폼에 국내 주요 은행을 참가시켜 대출금리 경쟁을 강화하는 한편 예대금리차 공시 관련 규정도 지속적으로 손질해 이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스몰 라이선스 유입을 통한 이른바 '강소 은행' 도입 역시 계속해서 실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은행 인허가와 설립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시의성이 떨어지는 만큼 기존 금융사에 대한 은행 업무 일부 허용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우람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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