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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고물가에 … 정부, 소줏값도 인상 제동

이희조 기자

송경은 기자

입력 : 
2023-02-26 17:37:01
수정 : 
2023-02-26 19: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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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원가 상승으로 인한 술값 인상을 막기 위해 주류업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난방비, 대중교통비에 이어 대표적인 서민 술인 소줏값까지 오르면 국민들의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각종 원료비와 세금 등이 잇달아 오르는 상황에 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군기 잡기'에 나서며 시장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정부와 주류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최근 가격을 놓고 주류 업체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주류 가격 인상 요인과 업계 동향, 시장 구조 등을 파악하는 게 목적이다. 기재부는 주류 업체의 수익 규모와 경쟁 상황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최근 주류 업체와 비공개 간담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주류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신호를 주는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서는 것은 최근 소주 가격 인상 가능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주류업계가 소주의 원재료 격인 타피오카 가격, 주정 제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가격, 병 가격 등이 상승하면서 소주 출고가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이 팽배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식당에서 병당 4000~5000원인 소주 가격이 6000원까지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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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해 소주 가격은 크게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식당에서 판매하는 소주의 가격 상승률은 2019년 1.1%에서 2020년 0.7%, 2021년 0.8%로 1% 선을 오르내리다가 지난해 6.2%로 급상승했다. 편의점 가격 상승률도 2019년 3.6%, 2020년 2.5%, 2021년 0.6%로 4%를 밑돌았지만 지난해 7.6%로 치솟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주 등 국민이 정말 가까이 즐기는 그런 품목(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우회적인 압박에 나섰다. 추 부총리의 발언이 나온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정부가 발 빠르게 주류업계 실태조사에 착수한 셈이다. 추 부총리는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에 대한 보고를 받자마자 정부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류업계는 고물가 상황 등을 고려해 가격 인상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달 초 주정 가격이 10년 만에 올랐고 전반적인 원·부재료와 제반 비용이 오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까지 소주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도 "아직까지 확정된 인상 계획은 없다"며 "지난해에도 자체적으로 비용 상승을 감내하다가 11월에야 가격을 올렸고 현재는 대내외적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물가 대응에 부쩍 예민해진 상태다. 지난해 이후로는 식품·외식 업체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압박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가 6.3% 올라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12월까지 식품·외식업계를 대상으로 물가 안정 간담회를 다섯 차례 열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잇달아 기업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해도 효용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음식료 업체의 매출 원가에서 국제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20~80%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지난해 국제 곡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7.9% 올랐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국내 식품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실제 농식품부가 집중적으로 간담회를 열기 시작한 지난해 7월 물가 상승률에서 가공식품과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7.9%였지만 올해 1월 이 비중은 36.4%로 오히려 커졌다. 1년 뒤 국민들이 생각하는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이달 4.0%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정부가 민간 기업 가격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에 맞지 않는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애초에 공공요금을 동절기가 아닌 시기에 적당한 수준으로 나눠 올렸다면 무리하게 민간 기업 경영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추 부총리가 최근 국회에서 소줏값 인상과 관련된 발언을 한 만큼 주류 시장 전반을 한번 점검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희조 기자 /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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