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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자 줄어드나 했더니 … 다시 튀어오르는 대출금리

서정원 기자

임영신 기자

입력 : 
2023-02-23 17:57:02
수정 : 
2023-02-23 20: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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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긴축 장기화 조짐 짙어지자
하향세였던 은행채 금리 반등
주택·신용대출 금리 소폭 올라
내달 美연준 금리 결정 따라
韓銀 추가 인상도 배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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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에서 동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일부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시중금리가 점진적 상승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확산되면서 대출 금리의 준거가 되는 은행채 수익률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당장은 금리를 동결했지만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며 매파적 기조를 보인 것도 시중금리 상방 압력을 가중시킨다. 금융당국도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날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연 5.357~6.59%로 지난 6일(연 5.140~6.49%)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 금리를 정할 때 반영하는 준거금리인 은행채 수익률이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직전 수일간 은행채 수익률 평균치 혹은 전주 목요일 은행채 수익률에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를 가감해 대출 금리를 정한다. 은행채 6개월물 수익률은 지난 3일 3.534%에서 22일엔 3.752%로 0.218%포인트 올랐다. 금리 상단은 금융당국 압박에 상승폭이 제한됐지만, 하단은 준거금리 인상폭을 비슷하게 따라가는 양상이다.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 변동형 주담대와 달리 통상 은행채 5년물 수익률이 준거금리인 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오르고 있다. 6일 연 4.73~5.64%였던 신한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23일 연 5.01~5.92%를 기록하며 최저금리가 다시 5%를 넘었다. 은행채 5년물 수익률이 6일 연 3.889%에서 22일 연 4.345%로 0.456%포인트 올랐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혼합형 주담대 금리도 6일 연 3.994~4.594%에서 연 4.462~5.062%로 바뀌며 상단과 하단 모두 앞 자릿수가 바뀌었다.

국민은행도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지난 1월 초 연 4.63~6.03%에서 지난 9일 연 4.08~5.48%로 떨어졌지만, 이날 기준 연 4.3~5.7%로 상·하단이 0.22%포인트씩 올랐다.

은행채 수익률은 당분간 점진적으로 상승하며 시중금리를 끌어올릴 전망이다. 1월 미국의 물가, 고용지표가 예상을 웃돌아 연준이 높은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현재 연 3.9~4.0% 수준에 머물며 작년 10월 수준으로 복귀했다.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은 한국 국고채 수익률 상승의 경로를 거쳐 은행채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 17일 한전채 3년물 발행금리가 한 달여 만에 4%대에 재진입하고,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입찰에서 일부 미매각이 발생해 채권 시장 분위기도 1월 대비 악화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최종 금리 전망에 대해 "한 분은 3.50%로 동결이 적정하다는 의견, 나머지 다섯 분은 당분간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던 금통위원이 지난 1월에 3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은 금리를 동결해도 전망에 대해선 매파적 기조가 짙어진 것이다.

대출 금리만 오르는 건 아니다. 은행채 수익률을 반영하는 수신금리도 다시 오르고 있다.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1년 만기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54~3.7%로 2주 전인 6일(연 3.47~3.6%)에 비해 소폭 올랐다. 은행채 1년물 수익률은 작년 11월에 연 5% 초반대를 기록했지만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 속에서 하락 곡선을 그리며 지난 3일 3.541%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그 이후 다시 상승세를 보이면서 22일 기준 3.832%로 올랐다.

금융당국은 시장금리가 추가로 상승하며 연체율이 오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이날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금일 동결됐으나, 최근 국제 금융 시장 여건에 따라 시장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며 "금리 상승이 금융소비자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정원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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