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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플랫폼 손 들어줬지만 상처 곪아"… 공정위 늑장대응 화 키웠다

이진한 기자

이윤식 기자

입력 : 
2023-02-23 17:42:23
수정 : 
2023-02-23 19: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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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 금지' 변협 등 과징금 20억
제재 놓고 1년 넘게 결정 지연
로톡, 사태장기화에 경영타격
직원 50% 감원작업까지 나서
변협 "공정위, 심사 권한 없다"
행정소송 등 불복절차 예고
양쪽 모두 피해호소 상황 계속
◆ 플랫폼 갈등 심화 ◆
사진설명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속 변호사를 대상으로 '로톡' 서비스 이용을 금지한 변호사단체에 현행법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스타트업 현장에서는 당국의 '늑장 대응'이 성장 가능성이 큰 신산업 발전을 저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공정위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소속 변호사의 사업 활동을 제한한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금지행위에 부과할 수 있는 최대 과징금인 10억원을 두 단체에 각각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로톡 서비스 이용을 규정 위반으로 판단하고 소속 변호사들이 탈퇴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는 취지로 시정명령을 내렸다.

신동열 공정위 카르텔국장은 "생명의 안전 등과 큰 관련이 없고 법 위반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법인을 고발하지 않았다"면서도 "매우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보고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속 변호사의 표시·광고를 제한한 행위는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동일한 행위인 만큼 과징금을 중복으로 부과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진설명
공정거래위원회가 23일 소속 변호사의 로톡 서비스 이용을 막은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20억원을 부과했다. 사진은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모습. 【연합뉴스】
2014년 출범한 로톡은 소비자가 이혼, 상속 등 특정 사건을 검색했을 때 맞춤형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로톡에 광고료로 일정 금액을 낸 변호사가 검색 상단에 뜨는 구조다. 변호사 정보에 목마른 소비자들에겐 법률 시장 문턱을 낮추는 참신한 서비스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2021년 변협은 변호사 업무에 관한 광고 규정 등을 통해 변호사들이 해당 법률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대응하면서 로톡과의 갈등이 본격화됐다. 2021년 6월 로톡이 공정위에 이 같은 행위를 신고하면서 조사가 개시됐다.

변협은 이날 논평과 입장문 등을 통해 "공정위가 권한 없이 절차상의 행위를 문제 삼아 부당하게 과징금 처분을 한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또 "불복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사법 절차를 밟아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주장했다.다만 국가나 지자체 간 권한 범위 등을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을 변협이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변협은 단체가 변호사 회원 징계 활동을 할 때는 '행정청'의 성격을 띠므로 공정위의 심사 대상인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변호사 광고 규정 제정'은 변호사법에 근거한 변협의 법규명령 제정권 내에 있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로톡 측은 공정위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는 "공정위의 결정으로 변협과 서울변회의 로톡 탈퇴 종용 행위가 불법이자 불공정 행위임이 명명백백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사단체들의 고소·고발의) 결과는 무혐의였지만 로톡은 그 과정에서 가입 변호사(4000여 명)의 절반을 잃었고 현재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고 밝혔다.

로앤컴퍼니는 최근 직원 90여 명 중 절반을 감원하는 걸 목표로 희망퇴직 접수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입주한 신사옥도 매물로 내놨다. 로앤컴퍼니는 변협의 세 차례 고발 등 법적 분쟁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 비용만 10억원 이상 쓰는 등 기존 변호사업계와의 갈등으로 인한 누적 적자가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늑장 조치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로톡 서비스가 광고형 플랫폼으로서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점은 변호사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2021년에 발표했고, 서울중앙지검의 무혐의 처분도 지난해 5월 이뤄졌다. 그럼에도 최종 판결이 늦어졌다는 지적이다.

신 국장은 "심의가 늦어진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변협 등에서 추가로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다. 또 지난해 10월께에 심의일자가 잡혔었는데 피심인들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연기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결국 뒤늦게 과징금이 부과되고 시정명령이 내려졌지만 또다시 변호사단체들이 반발하면서 양쪽 모두가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진한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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