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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바이든 "러 큰실수" 비난에 … 푸틴 "핵전력 증강" 도발

김덕식 기자

입력 : 
2023-02-23 17:35:33
수정 : 
2023-02-23 19: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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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놓고 미·러 기싸움
동유럽 9국 "동부전선 강화"
미국에 하이마스 배치 요청
푸틴, 모스크바서 군중 집회
러시아호위함 남아공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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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9개국 정상과 함께한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앞줄 가운데)이 22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부쿠레슈티 9개국(B9)'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앞줄 오른쪽),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함께 폴란드 대통령궁에 들어가고 있다. 【UPI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핵을 둘러싼 입씨름이 가열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잇달아 핵 위협을 강조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경계하면서도 러시아의 실제 핵 사용 가능성을 낮게 봤다.

푸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조국 수호자의 날'을 맞아 진행한 기념 연설에서 "우리는 3대 핵전력 증강에 더 많은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3대 핵전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전략 폭격기를 뜻한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핵탄두 여러 개를 실을 수 있는 신형 ICBM 사르마트를 올해 배치하겠다"며 "공중 기반 극초음속 킨잘 시스템의 대량생산을 계속하고, 해상 기반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의 대량 공급을 시작하겠다"고 전했다. 첨단 무기의 지속적인 배치를 강조한 셈이다. 이번 핵전력 증강 발언은 지난 21일 국정연설에서 미·러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앞서 22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조국 수호자의 날을 기념하는 콘서트가 관람객 수만 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 자리에는 푸틴 대통령도 참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록스타 그리고리 렙스가 콘서트 첫 곡으로 조국 러시아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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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흔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관람객들이 국기를 흔들면서 '푸틴'과 '러시아'를 연호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무대 중앙에 나와 짤막한 연설을 했다. 그는 "우리의 역사적 영토, 우리의 인민을 위한 전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며 "군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이 '조국의 수호자'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행사를 통해 내부 결속을 시도한 셈이다.

콘서트가 열린 날 지르콘을 장착한 러시아의 호위함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도착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 27일까지 진행되는 남아공·러시아·중국 3국의 해군 연합훈련에 참여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을 앞두고 시작된 이번 훈련에 대해 서방 각국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이들 3국은 해상 안보 위협에 대응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우호국 간 군사 훈련일 뿐이라며 서방의 비난을 일축했다.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는 핵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낮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이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핵 감시단체 로스앨러모스연구단(LASG)의 그레그 멜로 소장은 "미국 지도자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목적이 러시아를 패배시키는 것임을 여러 차례 분명히 했다"며 "미국의 지원 아래 러시아 핵기지들이 공격받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뉴스타트 중단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러시아의 고위 당국자는 전쟁 패배에 대해 극도의 두려움을 표명했다. 대통령을 지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면 러시아는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중단하면 전쟁은 끝난다"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인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위기감을 고취하면서 전쟁에 개입하는 서방의 움직임을 경고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의 뉴스타트 참여 중단 발표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큰 실수이며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고 밝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이나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우리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는 핵 전쟁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명시적인 위협을 여러 번 들었다"며 "극단적인 상황에서 한 걸음 물러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을 연 동유럽 9개국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전선의 방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나토 동부 전선 국가 간 안보 협의체인 '부쿠레슈티 9개국(B9)' 정상회의에 참석한 동유럽 9개국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발트 3국 일대에 미국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공격용 헬기, 영공 정찰 자산 배치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B9는 우리(나토) 집단 방위 시스템의 최전방"이라며 "동맹국이 함께할 수 있는 다음 행보에 관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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