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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 최종금리 6% 갈 수도"… 긴축종료 앞두고 다시 '안갯속'

최현재 기자

입력 : 
2023-02-22 17:47:44
수정 : 
2023-02-22 22: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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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긴축고삐 가능성에 증시·원화값 직격탄
다우지수 올해 상승분 반납
10년물 국채금리 3.95% '쑥'
"시장금리, 연준금리 따라잡아"
빅스텝 가능성 일주일새 2배
팬데믹후 유동성 여전히 넘쳐
"통화량 많은 국가 인플레 심각"
◆ 긴축페달 밟는 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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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매경DB】
지난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매파 위원들이 '올 3월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전망을 쏟아낸 뒤 전 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의 여진에 떨고 있다.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를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식·채권시장은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 의지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3월 빅스텝에 이어 미국의 최종 금리가 6%(상단 기준)에 달할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까지 고개를 들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복수의 채권 트레이더를 인용해 금리 선물시장이 미국의 최종 금리가 6%에 육박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달 초만 해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 발언에 고무됐던 미국 금리 선물시장은 최근 경제 지표의 잇단 호조와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 이후 기준금리 전망을 점점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이달 초만 해도 오는 7월 미국 기준금리가 5%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으나 현재는 5.5%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6%까지 오를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에서 미국의 7월 기준금리가 6%에 달할 확률은 4%에 이른다. 비록 낮은 수치이지만 한 달 전만 해도 6% 전망은 전무했다. 3월 FOMC에서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이달 15일 12.2%에서 이날 24%로 크게 올랐다. 이 역시 한 달 전만 해도 확률이 제로였다. 다이넬 버코위츠 프루덴트매니지먼트 투자 이사는 마켓워치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현 시점에서 채권시장은 제한적인 추가 인상과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거의 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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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은 되살아난 기준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9.9bp(1bp=0.01%포인트) 상승한 4.72%까지 치솟아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3.95%까지 뛰어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마크 아르베터 아르베터인베스트먼트 베테랑 기술 분석가는 "시장 금리가 연준 금리를 따라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4.75%다.

뉴욕증시도 긴축 공포에 올 들어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장보다 2.06% 하락한 3만3129.59에 거래를 마치며 올 초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2% 급락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2.5% 추락했다. 이날 소매기업들이 올해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와 홈디포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향후 1년간 가이던스를 시장 예상보다 낮췄다. 두 회사가 소비자 수요 둔화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소비 위축에 대한 경계심으로 연결됐다는 해석이다.

채권시장과 증시 동반 추락에는 예상보다 좋은 경기지표가 발표된 것이 영향을 줬다. 이날 S&P글로벌에 따르면 2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5를 기록해 전월 수치(46.8)를 크게 뛰어넘었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이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위축 국면에서 확장 국면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연준의 긴축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향후 뉴욕증시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꿈틀거릴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주식시장은 이를 무시했고, 주가는 비싼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P500지수가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전날 위험을 무시한 투자자들이 뉴욕증시를 '데스존'까지 진입시켰다며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근 연준의 긴축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풀린 미국의 총통화량(M3)은 여전히 많아 인플레이션을 잡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연준의 긴축이 시작된 지난해 3월 180.5에 달했던 미국의 총통화량지수는 같은 해 12월 176.1로 소폭 줄어드는 데 그쳤다. 2020년 2월 128.3에 그쳤던 미국의 총통화량지수는 팬데믹 이후 이뤄진 양적완화와 늘어난 재정지출에 지난해 초 180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는 국제결제은행의 연구를 인용해 "통화량 증가세가 더 강한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이 현저하게 높았다"고 분석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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