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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출산율 20년만에 반토막 … 2030년 잠재성장률 0%대 추락

이종혁 기자

입력 : 
2023-02-22 17:38:50
수정 : 
2023-02-24 1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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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한국의 제조업체 A사는 주문이 쏟아지는데도 공장을 돌릴 수 없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내로라하는 대기업도 일자리를 채우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만 바라본다. 전 세계 경기는 호황인데 정부가 발표하는 취업자 수는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결국 한국은 주요국 가운데 나 홀로 저성장 나락에 빠진다.

이 와중에 최전선 군부대에는 현역 복무가 힘든 부적합 병력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2030년께 현역으로 뽑을 수 있는 만 20세 남성은 20만명으로 지금보다 4만명 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혼식장과 어린이집, 유치원은 줄줄이 요양원과 장례식장으로 전업한다.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초·중등 교원을 기르는 교대와 사범대가 줄줄이 통폐합했다. 교대는 지방거점 국립대의 단과대학으로 편입되며, 사범대는 아예 없어지는 사례가 잇따른다. 교원 임용고시에 합격해도 자리가 없어 몇 년씩 대기해야 한다.

세계 최저 출산율이 계속되면 불과 10년 내에 펼쳐질 '인구 디스토피아' 한국의 암울한 모습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이 0.78명으로 또다시 최저 기록을 갈아치운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를 해소하는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7년 뒤에는 저성장 쇼크가 닥쳐올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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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국내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0명으로 최저점을 찍고 2030년까지 서서히 반등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 되고 취업을 시작한 1990년대생이 출산을 많이 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린 추계치다.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올해 당장 출산율이 0.68명을 찍고 2030년까지 0.64명으로 떨어지는 그림이다.

정부가 2006년 저출산 고령화사회 기본법을 제정한 이후 16년간 수백조 원의 저출산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계속 내리막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된 저출산 대책 직접 예산만 약 280조원이다.

'사회적 자살'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에서 유례없는 한국의 저출산은 2030년 0%대 저성장으로 나타난다. 인구 감소로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 세대가 확 줄면서 기업에 만성적인 구인난이 시작되는 때가 2030년 전후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때 기업들은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손이 없어서 망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비수도권 지역 중소기업부터 일손 부족에 따른 줄폐업이 시작됐다. 일본 정부는 노동력 부족에 따른 폐업으로 2015~2025년 국내총생산(GDP) 22조엔(약 281조원)이 증발할 것으로 봤다.

2030년 한국은 구인난과 함께 만성적인 0% 저성장 쇼크가 펼쳐진다. 매일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장기 경제 추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0~2020년 연평균 1.15%씩 늘었던 잠재 취업자 증가율은 2020~2030년 0.12%로 급감한다.

이어 2030년부터 10년간은 평균 -0.82%로, 2040~2050년은 평균 -1.35%까지 주저앉는다.

잠재 취업자는 잠재 성장률만큼 성장했을 때 발생하는 고용 수준으로, 인구 구조에 따른 인적 자원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동향총괄은 "이르면 2027~2028년부터 인구 구조 때문에 전체 취업자 수가 매년 감소하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구 구조에 따른 취업자 급감은 0%대 저성장으로 이어진다. OECD 전망에 따르면 한국 경제 잠재 성장률은 2010~2020년 연평균 3.09%에서 2030~2040년에는 0.69%로 급속히 깎인다. 2050~2060년에는 연평균 -0.03%로 사실상 경제가 계속 후퇴하는 상황이 펼쳐진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사회 붕괴는 이미 조금씩 현실이 됐다. 출생자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 증가 규모는 2020년 -3만3000명으로, 처음 감소로 전환한 이래 작년까지 3년 연속 줄었다. 지난해 자연 감소 폭은 12만3800명으로 두 자릿수대로 뛴 형편이다.

이런 가운데 결혼과 출산, 육아를 위한 기관인 결혼식장과 어린이집, 유치원은 줄줄이 요양원과 노인복지시설, 장례식장으로 전업하고 있다.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말 4만1084개였던 어린이집은 2021년 말 3만3246개로 7838개(약 19%) 줄었다. 반면 노인 요양시설은 같은 기간 3137개에서 5988개로 91% 급증했다. 요양원과 어린이집, 노인복지시설은 모두 '노유자 시설'에 해당해 상위 시설인 예식장에서 이들 시설로 용도를 변경하기 쉽고, 노유자 시설 간 변경도 가능하다.

비수도권에서는 부산교대를 비롯해 교대 통폐합이 본격화했다. 서울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도봉고가 올해 폐교를 결정했고 화양초 등 4개 초등학교가 학생 수 부족으로 통폐합됐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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