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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野 '파업조장법' 또 단독처리…재계 "기업하기 가장 힘든 나라"

전경운 기자

이지용 기자

정승환 기자

입력 : 
2023-02-21 17: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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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환노위 강행
전해철위원장, 국힘 발언 일축
與퇴장후 민주·정의 거수투표
與위원장 법사위 통과 난망에
민주, 본회의 직회부 강행예고
손경식 "1년내내 파업 겪을것"
대한상의도 "反경제 입법행위"
◆ 노동개혁 모멘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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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노위 위원장에 항의하는 임이자 의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맨 왼쪽)이 21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불법파업조장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상정에 맞서 퇴장하며 전해철 환노위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야당이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불법파업조장법으로 일컬어지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여당 반대와 재계 우려에도 이 법안을 본회의로 직회부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여당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야당을 맹비난하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재계는 전날 국회까지 방문해 간절히 호소했음에도 야당이 노조법을 단독 처리하자 "연중 파업 국가로 세계에서 가장 기업 하기 어려운 국가가 될 것"이라며 걱정 섞인 반응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해철 환노위 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 개의 1시간 만에 위원들이 손을 들어 의사를 확인하는 거수 방식으로 표결해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전 위원장은 "찬성 9인, 반대는 없었다"고 투표 결과를 설명했다. 앞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정의당의 개정안 상정에 거세게 항의하며 이미 퇴장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용자 범위에 포함해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정부·여당과 재계는 법안이 통과되면 노동계 파업이 난무해 노사 관계가 극한으로 치달을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이 진행되기 직전 회의장을 퇴장할 때까지 야당의 강행 처리를 반대했다.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노조법만으로도 노동자 보호, 노동 3권 보장이 다 된다"며 "전투적 노사 관계가 형성되면 외국 자본이 투자하지 않고, 국내 자본이 밖으로 나가면 피해는 1000만 취약계층 노동자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도 "공청회를 통해 합의점을 찾은 것처럼 말하지만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날치기로 통과시키면 그 부작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날 회의에서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전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긴급 브리핑을 열고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며 노조법 개정안을 염려한 것을 꼬집으며 "국회 차원의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의원들 간 논쟁이 이어지자 전 위원장은 "이미 법안을 상당 기간 논의했고 법안소위나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결된 법안 처리를 더 미룰 수 없다"며 표결을 강행했다. 이에 임 의원은 회의장을 나가면서 "나중에 역사 앞에 심판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의결로 노조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법사위 심사가 이뤄진다. 다만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법사위 법안 통과는 어려울 전망이다. 야당은 법사위가 법안 처리를 지연시킨다면 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할 계획이다. 법사위가 60일 안에 특정 법안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민주당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관리법과 마찬가지로 강행 법처리 수순인 셈이다.

여당은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1년 내내 노사분규에 휩싸일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파업 천국으로 만드는 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법이 통과되면 위헌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 심대한 폐단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해당 법은 집권 당시에는 5년간 처리 못한 민주노총의 '청부입법'임을 잘 알고 있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키는 방탄 호위 세력을 만들고자 민주노총의 청부입법자가 되기를 자처한다"고 지적했다. 권성동 의원도 "노란봉투법, 악법 동맹의 징표"라며 맹비난했다.

이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노동 정책과 법 집행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오늘 환노위에서 통과된 개정안이 과연 노동조합법 목적에 부합하는지 매우 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다"며 "남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재고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재계 역시 노조법 개정안 통과에 강력 반발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법 통과 시 한국은 1년 내내 파업으로 인한 노사 갈등을 겪게 돼 세계에서 가장 기업 하기 어려운 나라가 될 것"이라며 "사용자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라고 정의하는 것은 개념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윤석열 대통령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이번 개정안은 기업 간 협력 관계를 약화하고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반경제적 입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고,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의 의욕을 꺾는 노조법 개정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요청대로 대통령이 재의(거부권)를 요구하면 국회는 해당 법안을 다시 본회의에 올려 표결해야 한다.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다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데,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국민의힘 115명이 본회의에 총출동한다면 169석의 민주당이 정의당과 공조한다고 해도 3분의 2 이상 찬성 비율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경운 기자 / 이지용 기자 / 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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