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국제

푸틴 "전쟁은 서방 탓"…美와 맺은 핵군축조약 중단 선언

김덕식 기자

한재범 기자

입력 : 
2023-02-21 17:39:14
수정 : 
2023-02-21 23:18:26

글자크기 설정

우크라전쟁 1년…신냉전 격화
사진설명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함께 폴란드 바르샤바 대통령궁 밖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맞불' 연설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데 이어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연설에 나서자 러시아는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통해 전쟁의 책임을 서방에 떠넘기고 미국과 맺은 핵군축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에 대한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대리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개전 1주년을 앞두고 연설을 통한 총성 없는 대결을 벌이는 모양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국과 맺은 뉴스타트 조약의 참여 중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이 새 유형의 핵무기를 개발 중이고 일부 미국 인사들이 전면적 핵무기 시험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타트는 2010년 미국과 러시아 간 체결된 조약이다. 실전 배치된 핵탄두를 1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의 사용을 제한한다. 또한 상대국의 핵 기지와 지원 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는 것을 그 골자로 한다.

사진설명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미국 CNN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러시아 정부가 핵군축조약인 뉴스타트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을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왔다. 이 조약은 사실상 핵전력의 확장을 제한할 수 있는 양국 간 최후의 협약이기 때문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조약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에 대한 통제를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핵군축조약을 외교적 카드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정책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을 압박해왔다"며 "미국이 관심을 갖는 뉴스타트 협약을 지렛대 삼아 미국 측이 먼저 손을 내밀길 의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사진설명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전쟁의 책임은 러시아가 아닌 서방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도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라며 "그들(서방)이 전쟁을 시작했고, 우리는 무력을 이용해 그것을 막으려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쟁 직전인 2021년 12월 서방에 안전보장과 관련한 러시아의 입장을 전달했으나, 서방이 이를 모두 거절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러시아가 어렵고 결정적인 시기를 거치고 있다면서도 "국민 대다수가 돈바스 방어를 위한 우리 작전을 지지한다. 우리를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 가해진 경제 제재에 대해서도 비난을 이어간 후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서방은 우리 경제를 패배시키지 못했으며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초했다"며 "러시아의 경제는 생각하는 것보다 견고하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해 러시아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다음 날에는 부쿠레슈티 9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부쿠레슈티 9개국은 러시아 견제의 안보 협의체로 폴란드를 비롯해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등이 회원국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참석하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대국민 연설에서 "올해 안으로 러시아의 침략을 종식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필요한 것은 결의뿐이고, 오늘 나는 그러한 결의를 바이든 대통령과 미합중국으로부터 봤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을 향해 강력히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독일 유력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제공한다면 그것은 세계대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은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비에 이뤄졌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미군부대가 주둔하지 않는 전쟁 지역을 방문하는 것인 만큼 백악관은 애초부터 대외적으로 키이우 방문이 사전 공개되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출국 시각 역시 사전에 공지된 것과 달랐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도 평소와 다른 항공기를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잉 747을 개조한 전용기 대신 보잉 757을 개조한 공군 C-32기를 이용해 폴란드로 날아갔다.

[김덕식 기자 / 한재범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