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쟁 1년…신냉전 격화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국과 맺은 뉴스타트 조약의 참여 중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이 새 유형의 핵무기를 개발 중이고 일부 미국 인사들이 전면적 핵무기 시험 가능성을 고려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미국이 핵실험을 할 경우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스타트는 2010년 미국과 러시아 간 체결된 조약이다. 실전 배치된 핵탄두를 1550개 이하로 제한하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의 사용을 제한한다. 또한 상대국의 핵 기지와 지원 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는 것을 그 골자로 한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번 결정이 조약 탈퇴가 아닌 참여 중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에 대한 통제를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핵군축조약을 외교적 카드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앙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핵정책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을 압박해왔다"며 "미국이 관심을 갖는 뉴스타트 협약을 지렛대 삼아 미국 측이 먼저 손을 내밀길 의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현재 러시아가 어렵고 결정적인 시기를 거치고 있다면서도 "국민 대다수가 돈바스 방어를 위한 우리 작전을 지지한다. 우리를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 가해진 경제 제재에 대해서도 비난을 이어간 후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서방은 우리 경제를 패배시키지 못했으며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자초했다"며 "러시아의 경제는 생각하는 것보다 견고하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진행해 러시아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다음 날에는 부쿠레슈티 9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부쿠레슈티 9개국은 러시아 견제의 안보 협의체로 폴란드를 비롯해 불가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등이 회원국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참석하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은 첩보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극비에 이뤄졌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미군부대가 주둔하지 않는 전쟁 지역을 방문하는 것인 만큼 백악관은 애초부터 대외적으로 키이우 방문이 사전 공개되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출국 시각 역시 사전에 공지된 것과 달랐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도 평소와 다른 항공기를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잉 747을 개조한 전용기 대신 보잉 757을 개조한 공군 C-32기를 이용해 폴란드로 날아갔다.
[김덕식 기자 / 한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