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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치솟던 가계부채, 10년만에 꺾였다

류영욱 기자

입력 : 
2023-02-21 17: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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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가계빚 4.1조 감소
고금리에 대출상환 늘어난 영향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둔화
경기재개 효과에 소비는 급증
카드빚 1분기 만에 3.4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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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던 가계빚이 한국은행의 가파른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주택대출 수요 감소로 지난해 4분기 10년 만에 처음으로 꺾였다. 올해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는 데다 한은의 긴축 기조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가계신용 잔액은 약 1867조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4조1000억원(0.2%) 감소했다. 가계신용이 줄어든 것은 2013년 1분기 이후 약 10년 만으로, 감소폭으로만 따져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가계신용은 시중은행 등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과 결제되지 않은 카드대금 등 판매신용을 더한 가계가 지고 있는 빚을 뜻한다.

가계대출이 1749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7조500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자 직전 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를 통틀어서도 7조8000억원 축소돼 통계 편제 이래 연간 기준 최초로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줄어들고 있고 신용대출이 포함된 기타대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4분기 주담대는 1012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조7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9%만 늘며 역대 최소 증가폭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며 주택 거래가 줄어든 게 원인이었다.

4분기 기타대출은 전 분기보다 12조2000억원(1.6%) 줄어든 736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감소폭과 감소율 모두 역대 최대다. 기타대출은 5개 분기 연속 축소됐다. 한은의 긴축 기조에 따른 급격한 대출 금리 상승과 정부의 대출 규제가 작용한 결과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대출 금리 상승세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적용 등 대출 규제가 이어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부채는 대체로 감소했지만 카드대금 등이 포함된 판매신용은 8개 분기 연속 증가해 117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조사됐다. 전 분기보다 3조4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박 팀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되고 작년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소비가 회복된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은은 당분간 가계신용 확대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박 팀장은 "1월에는 가계부채 축소 흐름이 이어졌다"며 "높은 금리 수준과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을 고려하면 가계신용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리스크였던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빚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로 유로존을 포함한 조사 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 본격적인 부채 감축이 이뤄진 것과 다르게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늘어왔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과거 20년 동안 디레버리징을 의미 있게 한 적이 없다"며 "GDP 대비 가계부채가 70%를 넘으면 성장에 부담이 되는 것으로 연구된 만큼 유의미한 디레버리징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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