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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메가뱅크 외쳤지만 이자 목맨 '우물안 뱅크'

임영신 기자

입력 : 
2023-02-19 17:35:53
수정 : 
2023-02-19 20: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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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실적공신 자회사 은행들
이자장사로 이익의 90% 벌어
글로벌매출 비중도 10%그쳐
'그들만의 리그' 경쟁력 약화
美日 등 글로벌銀 수익 다양
이자와 비이자이익 비중 반반
사진설명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가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지주사 순익에서 계열사인 은행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절반을 훌쩍 넘은 데다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해외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비(非)은행 사업, 글로벌 진출을 확대해 세계 일류 금융그룹이 되겠다'는 게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공통 슬로건이지만 갈 길이 먼 셈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4대 금융지주사 순이익에서 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모두 60%를 넘었다. 이자수익 비중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금융지주는 순이익에서 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82.8%에서 83.9%로 늘며 의존도가 가장 높았다. 하나금융지주는 이 비중이 2020년과 2021년 64~65% 수준이었지만 작년에는 80.1%로 뛰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2021년 50%대였지만 작년에 각각 63.8%, 61.1%로 다시 높아졌다.

4대 금융지주에 속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지난해 33조원에 가까운 이자이익을 거뒀다. 전년보다 23.2% 늘었다. 주택시장 침체 여파로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주춤했지만 기업대출이 10% 안팎으로 늘면서 전체 대출량이 커졌는데,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예금은행 가계대출 평균 금리는 연 3.91%에서 연 5.6%로,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연 3.3%에서 연 5.56%로 뛰었다. 금융지주사가 수익을 극대화한 배경에는 '이자 장사'로 돈을 번 은행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는 이유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금융사 실적은 금리 수준과 연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금융사들은 비은행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대표 금융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업 구조(매출 기준)는 개인고객 예금·대출 서비스 등 소비자 뱅킹이 38.6%에 불과하고, 글로벌 자산·투자 관리(22%), 글로벌 뱅킹(22%), 글로벌 마켓(18.1%) 등 순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도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숨 가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금리가 올랐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이자이익 대 비이자이익 비중은 5대5로 1~2년 전과 비슷하다.

일본의 3대 메가뱅크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그룹의 경우 2021년 순이익별 사업 비중이 전통 은행 업무인 소매금융사업은 15%에 그쳤고, 자금조달·운용과 인수·합병(M&A)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도매금융사업이 32%, 글로벌 사업이 30%, 시장사업(외환·파생상품 등)이 23% 등으로 다양한 부문에서 골고루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그 결과 비이자수익 의존도가 50%에 육박한다.

국내 금융사들의 글로벌 성과는 미미하다. KB금융의 해외 사업 비중은 10% 안팎에 그치고,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각각 12.2%, 14.3%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이 19.5%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았지만, 이 비중이 30~40% 가 넘는 해외 금융사들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서 교수는 "국내 금융사들은 사업 구조 개선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해외에 나가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제대로 된 경쟁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자이익 대 비이자이익을 6대4 정도의 비율로 유지하면 금리 상승기에 예대마진으로 큰 이익을 내는 데 혈안이 되지 않고도 취약차주 지원 등 상생 금융 여력이 커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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