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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풍선사건'후 첫 만남…얼굴만 붉힌 美·中

이유진 기자

입력 : 
2023-02-19 17: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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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외교수장 비공개회동
2주만에 뮌헨 안보회의서
서로 '상대방 책임' 맹비난
블링컨 중국방문 일정 따라
갈등완화 실마리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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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외교수장이 이달 초 '정찰풍선' 사건 이후 2주 만에 대면 회담을 했다. 양측이 정찰풍선을 두고 상대방의 책임을 강조하는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면서 회담에서 긴장 국면을 전환할 실마리를 찾지는 못했다. 다만 양국은 "파국은 막자"는 메시지를 공유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 가능성도 그대로 유지해 의사소통 창구를 열어뒀다.

뉴욕타임스(NYT)와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18일(현지시간)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 몇 시간 전에 회의장에서 미국을 향한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4일 미국이 격추한 풍선은 연구용이며 강풍에 의해 항로를 이탈했을 뿐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이를 격추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은 '터무니없고 히스테리에 가까우며, 무력을 남용한 국제협약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왕 위원은 "지구상에 매일 수많은 풍선이 떠다니는데 미국은 이걸 다 격추할 것이냐"며 "이런 방법으로는 미국의 강대함을 증명할 수 없다"고 비꼬았다. 또 풍선 사태를 "중·미 관계를 훼손한 사건"이라고 명명하며 "미국이 진정성을 보여주고 잘못을 바로잡아 이 사건을 해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로 1시간 동안 진행된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없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회동 이후 성명에서 "(블링컨 장관은) 미 영공 내 중국 고고도 정찰풍선으로 인한 미국 주권 및 국제법 위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런 무책임한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5개 대륙 40여 개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 프로그램이 전 세계에 노출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NBC 방송에 출연해서 풍선 사건에 대해 왕 위원에게 "매우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말했지만 (중국의) 사과는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중앙TV(CCTV)는 왕 위원이 블링컨 장관을 만나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CCTV는 만남을 미국 측이 요청했으며, 비공식적인 접촉이었다고 의미를 축소하려는 듯한 뉘앙스를 남겼다.

현안인 정찰풍선 외에 미·중 갈등의 불씨가 된 반도체 수출 통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도 양측은 팽팽한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 왕 위원은 중국에 반도체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반도체법을 거론하며 "'군자호재 취지유도(군자도 재물을 좋아하지만, 그것을 취할 때는 정당한 방법을 쓴다)'라 했는데,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을 봉쇄하고 압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블링컨 장관 역시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경고성 발언을 꺼냈다. 그는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하거나 체계적인 제재 회피를 지원했을 때 발생할 영향과 결과를 경고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양국이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당초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 양국 모두 '파국은 막자'는 메시지에는 공감했고, 의사소통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는 점에서만 다소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과의 갈등을 원치 않고 신냉전을 향해 가고 있지도 않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재차 언급했다. 왕 위원 발언에서도 "중·미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된 궤도로 돌아가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면서 갈등 악화를 지양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양국 외교수장이 일단 한 차례 대면함에 따라 이달 초 예정됐다가 정찰풍선 사건으로 연기됐던 블링컨 장관의 방중 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여건이 성숙하면 방문하겠다고 밝혔는데, 방중이 실제 진행될 경우 미·중 관계가 다시 대화 모드로 전환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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