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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외식비·1인가구 급증·고령화 가속·상품 다양화, 韓도 日처럼 … 도시락 전성시대

정슬기 기자

송경은 기자

홍혜진 기자

입력 : 
2023-02-17 17:47:36
수정 : 
2023-02-17 22:5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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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메뉴 1만원 훌쩍 넘자
점심때면 도시락집 문전성시
식재료 부담 1인 가구도 즐겨
비건·맛집 고급 메뉴도 인기
도시락시장 1조규모로 성장
사진설명
편의점 도시락 주문 폭주 … 바빠진 손길 17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식품업체 후레쉬퍼스트 공장에서 직원들이 GS25 편의점 납품용 도시락을 제조하고 있다. 후레쉬퍼스트는 최근 외식 물가가 올라 편의점 도시락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주문량이 폭증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17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6번 출구 앞 한솥도시락 강남역점. 4평 남짓한 매장 홀은 점심시간 내내 북적였다. 키오스크 5대 앞에 30여 명이 주문을 위해 줄을 섰다. 7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바 형태의 테이블은 도시락을 먹고 일어서는 사람들로 10분마다 자리 주인이 바뀌었다.

이날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 차례를 기다리던 20대 직장인 A씨는 "주 2회 정도는 동료들과 도시락을 사다가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는다"며 "5000~6000원대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이제는 도시락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매장에서 만난 황성웅 점장은 "작년보다 하루 평균 100~150명 정도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외식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점심 한 끼 가격이 1만원을 넘나들면서 부담을 느낀 학생·직장인들이 대거 몰리며 '도시락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도시락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국내 1인 가구는 지난 20년간 400만가구 이상 늘어났다.

업체들의 판매 전략도 먹혀 들고 있다. 다이어트 효과를 내세운 '비건' 도시락이나 유명 맛집과 협업한 고급 도시락까지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소비자층도 두꺼워지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 업계의 도시락 매출은 적게는 전년 대비 25%, 많게는 41% 늘었다. 올해에도 20% 넘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일 생산한 냉장 도시락을 판매하는 컬리도 지난해 관련 매출이 46% 늘었다. 편의점과 프랜차이즈 등을 포함한 국내 도시락 시장 규모는 1조원 남짓으로 추산된다.

수요가 늘면서 일부 인기 제품은 편의점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편의점 GS25가 지난 15일 출시한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도시락'은 출시 사흘 만에 20만개가 팔리며 카스 맥주, 참이슬 소주, 빙그레 바나나우유 등을 제치고 식품 전체 매출 1위에 올랐다. 정상가 4500원짜리 제품을 출시 기념 할인을 적용해 3900원에 판매하며 가성비를 극대화한 것이 인기 비결이었다. GS25 관계자는 "발주 물량이 일반 신상품 도시락보다 350% 이상 많았음에도 출시 첫날 수도권에서 97% 팔리는 등 거의 완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밥상 물가 급등으로 인한 가성비 도시락 인기는 국내만의 현상이 아니다. '도시락 대국' 일본에서는 한 가지 반찬만 담은 초저가 도시락이 지난해부터 인기다.

2021년 일본의 편의점 브랜드 '로손100'이 밥과 비엔나소시지만 담은 2000원대 '비엔나소시지 도시락'을 성공시킨 이래 초저가 경쟁에 불이 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1인·고령자 가구가 늘어나면서 한국도 일본처럼 도시락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슬기 기자 / 송경은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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