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국제

연준 매파 "3월에 빅스텝"… 긴축종료 기대에 들떴던 시장 '찬물'

최현재 기자

입력 : 
2023-02-17 17:33:01
수정 : 
2023-02-17 21:35:22

글자크기 설정

◆ 긴축페달 밟는 美 ◆
사진설명
이달 초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 발언에 고무됐던 세계 금융시장이 연이은 연준 매파 위원들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발언으로 출렁이고 있다.

미국 고용·물가·소비지표가 예상을 뛰어넘으며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염려가 제기되고, 3월 빅스텝을 시사하는 연준 매파들 발언까지 더해지며 '강달러'가 되돌아온 것이다.

최근 나온 경제지표를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버티던 뉴욕 증시마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사진설명
16일(현지시간)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 인사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3월 빅스텝을 주장했다.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크게 올려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춰야 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들은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이 없는 연은 총재지만 2월 초 FOMC에서도 빅스텝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스터 총재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택했던 2월 FOMC를 떠올리며 "금융시장 참여자 예상과 달리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위한 설득력 있는 경제적 사례를 봤다"고 주장했다.



사진설명
불러드 총재도 이날 다른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본인이었다면 2월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을 지지했을 것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움직여 기준금리 상단을 5.5%까지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수준까지 가는 것을 미뤄서 좋을 게 별로 없다"며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길 것이라는 게 종합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3월 빅스텝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 기준금리 시장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3월 FOMC에서 연준이 빅스텝을 단행할 확률은 지난 15일 12.2%에서 이날 18.1%로 뛰었다.

오는 6월 FOMC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상단 기준으로 5.5%에 이를 확률은 이달 초 1.94%에 불과했으나 지난 9일에는 34.4%, 16일에는 52.9%로 껑충 뛰었다.

두 연준 매파의 발언은 최근 인플레이션 재발 염려가 높은 상황과 맞물려 더 주목받았다. 지난 3일 발표된 미국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월 비농업 취업자 수는 시장 예상의 3배에 가까운 51만7000개 증가했다. 이어 같은 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과 소매 판매 실적마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탄탄한 노동시장을 바탕으로 가계소득이 많아지면 소비가 늘어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뜨거운 고용·소비지표를 타고 미국 경제가 올해 경착륙이나 연착륙을 피해 지속 성장할 것이라는 '노랜딩(무착륙) 시나리오'도 급부상했다. 여기에 CPI 선행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PPI)마저 예상을 크게 뛰어넘으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 긴축 강화 염려를 키웠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P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7% 올라 지난해 6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0.2% 하락에서 상승 반전했다. 스튜어트 폴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1월 PPI 상승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던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지웠다"고 말했다.

연준의 긴축 의지를 애써 부인해왔던 채권시장과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의 긴축 강화 전망을 점점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파월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 발언이 나왔던 이달 1일 4.09%였던 미 2년물 국채금리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지속 상승해 이날 4.62%까지 치솟았다.

최근 고용·물가·소비지표가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기업 호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랠리를 펼치던 뉴욕 증시도 3월 빅스텝 발언 충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1.26% 하락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도 각각 1.38%, 1.78% 급락했다. 14일 미 CPI 상승률 발표 이후에도 전체적으로 강보합세를 유지해온 증시가 긴축 강화 전망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로웬가르트 포트폴리오 책임자는 "몇 달 내 비둘기파적 연준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면서 시장이 한숨을 돌리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