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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尹 질책에 엎드린 금융사…'대출금리 인하' 경쟁 시작됐다

한우람 기자

신찬옥 기자

입력 : 
2023-02-16 17:47:47
수정 : 
2023-02-16 19: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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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금리비교 플랫폼 도입…신한銀도 6월부터 동참
은행·카드등 금융사 50곳
최고·최저 금리 한눈에 비교
클릭 한번으로 대출 이전
금리 비교 플랫폼 많아지면
수수료 인하경쟁도 뜨거울듯
◆ 은행∙통신 과점 논란 ◆
사진설명
대통령실과 금융당국이 5대 은행 과점 체제의 가장 큰 폐해로 과도한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을 꼽은 가운데 대출 중개 플랫폼과 온라인 예금 중개 플랫폼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플랫폼이 생기면 금융 소비자가 전 금융사의 예금과 대출 금리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고, 비대면 원스톱으로 갈아탈 수 있다. 은행 간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객들이 체감하는 대출 금리는 낮아지고 예금 금리는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5대 은행이 80% 이상을 과점하고 있는 여·수신 체계를 뒤바꿀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16일 신한은행은 국내 주요 은행 중 최초로 오는 6월 대출 중개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5월 운영을 시작하는 대환대출 플랫폼과 연계하겠다는 포석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예금 중개 플랫폼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된 바 있다. 최근 정부 기조를 감안해 예금은 물론 대출 상품 비교 중개 서비스도 동시에 내놓겠다는 복안이다. 신한은행이 먼저 포문을 열면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플랫폼 출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중개 플랫폼을 필두로 '5대 은행 카르텔'을 흔들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돈 잔치'로 눈총받는 금융과 통신의 과점 체제를 깰 강도 높은 대책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열렸던 비상경제민생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 "국민이 살기 어렵다. 지금은 민심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기득권과 이권 카르텔을 깨는 데서 변화와 혁신이 시작된다. 장관들이 확실한 권한을 갖고 국민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대출 중개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최대한 많은 금융사가 참여해야 한다. 현재 분위기로만 보면 대출 금리 정보를 제공하려는 금융사가 50~60곳에 달해 '완전경쟁시장'에 준하는 대출이자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기존 핀테크 기업만 수행하던 대출 중개 플랫폼 시장에 금융사들이 신규 진입하면서 최대 1.8%였던 대출 중개수수료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오화세 금융위 중소금융 과장은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출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금융사만 50~60곳에 달한다"며 "은행,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 등 주요 금융사들이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만큼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이 이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우선 대출 조건이 표준화된 신용대출부터 시작해 다른 상품으로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대환대출을 포함한 대출 중개 플랫폼 제공 기업 숫자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대출 중개 플랫폼 시장은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 이른바 '빅3'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부터 신한은행 등 기존 금융사들이 속속 참여하며 20여 곳에서 대출 중개 플랫폼을 제공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플랫폼 간 수수료 인하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오 과장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기업이라면 모두 플랫폼 출시를 허용할 방침"이라며 "플랫폼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이 자연스레 이뤄져 소비자가 부담할 최종 대출 비용 역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올 상반기에 온라인 예금 중개 플랫폼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네이버파이낸셜, 신한은행 등 8개 사업자를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지정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예금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금융사 간 급격한 예금 쏠림 부작용을 막기 위해 중개 계약에 따른 신규 모집액 한도는 제한해둔 상태다.

다른 금융권도 긴장하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사 임원들과 긴급회동을 열어 의견을 교환했다. 업계는 '돈 잔치'라는 비난의 화살이 보험업계에까지 넘어오는 것은 아닌지 긴장하는 모양새다.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권도 '제4인터넷은행 허가'와 '전문 강소뱅크 육성' 설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우람 기자 /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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