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투자·주주환원 정책 발표
관계사서 받은 배당은 주주에게
사업서 번 이익은 투자에 집중
자사주 3조원 규모 전량 소각
경영권 방어·주요 의사결정때
자사주 카드 쓰지 않겠단 의미
관계사서 받은 배당은 주주에게
사업서 번 이익은 투자에 집중
자사주 3조원 규모 전량 소각
경영권 방어·주요 의사결정때
자사주 카드 쓰지 않겠단 의미
삼성물산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주주환원 정책과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삼성물산은 주주환원 정책에서 신규 배당 재원을 삼성전자 등 관계사에서 받는 배당수익으로 한정 지었다. 그 대신 사업에서 창출한 이익으로는 '투자'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이러한 투자 규모가 향후 3년간 3조~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속사까지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7조~8조원 규모다.
우선 기존 사업 부문의 서비스 고도화와 디지털화에 1조5000억~2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발굴에 나머지 1조5000억~2조원을 쓰기로 방향을 정했다.
이날 삼성물산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조원가량 남은 자사주도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2018년 총 45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한 적이 있지만 비전자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물산의 이번 자사주 소각이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삼성물산이 그룹에서 가진 특수성을 생각하면 이번 자사주 소각은 의미가 크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오너일가가 최대주주로 있으며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형태다. 지배구조가 '이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는 대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꺼낼 수 있는 '최후의 카드'로 불린다. 위급 상황에서 우호 세력에 넘겨 우호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자사주가 없으면 경영권 분쟁을 예방하는 수단이 사라지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았던 기억도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이번에 결단을 내린 것은 현 지분구조상 경영권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자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뿐 아니라 앞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도 더 이상 자사주 카드를 쓰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앞서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 당시 합병을 앞두고 자사주 5.76%를 KCC에 매각했다. 의결권이 살아난 주식을 바탕으로 KCC가 합병에 찬성하면서 합병안은 69.5% 찬성으로 통과됐다. 앞으로는 삼성물산의 자사주가 0이 되기 때문에 이 같은 카드를 쓸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이 회장이 내야 할 수조 원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한 적이 아직 없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소각해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향후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용이해진다"면서 "함께 발표된 배당 확대 정책도 현금 유동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현재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이 같은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어 이 회장은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삼성물산은 주주가치 제고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며 "재판의 핵심 중 하나인 부당합병 주장을 불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