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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4조 투입해 소형원전·신약개발 '올인'

오찬종 기자

입력 : 
2023-02-16 17:44:45
수정 : 
2023-02-16 19: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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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투자·주주환원 정책 발표
관계사서 받은 배당은 주주에게
사업서 번 이익은 투자에 집중
자사주 3조원 규모 전량 소각
경영권 방어·주요 의사결정때
자사주 카드 쓰지 않겠단 의미
사진설명
삼성물산이 3년간 4조원을 투입해 새로운 미래 동력을 확보하기로 했다. 경영권 '방패'인 자사주도 내려놓고 기업·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삼성물산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주주환원 정책과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삼성물산은 주주환원 정책에서 신규 배당 재원을 삼성전자 등 관계사에서 받는 배당수익으로 한정 지었다. 그 대신 사업에서 창출한 이익으로는 '투자'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이러한 투자 규모가 향후 3년간 3조~4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종속사까지 포함한 연결 기준으로는 7조~8조원 규모다.

우선 기존 사업 부문의 서비스 고도화와 디지털화에 1조5000억~2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과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발굴에 나머지 1조5000억~2조원을 쓰기로 방향을 정했다.

이날 삼성물산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조원가량 남은 자사주도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삼성전자가 2018년 총 45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한 적이 있지만 비전자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물산의 이번 자사주 소각이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삼성물산이 그룹에서 가진 특수성을 생각하면 이번 자사주 소각은 의미가 크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오너일가가 최대주주로 있으며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형태다. 지배구조가 '이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자사주는 대주주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꺼낼 수 있는 '최후의 카드'로 불린다. 위급 상황에서 우호 세력에 넘겨 우호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자사주가 없으면 경영권 분쟁을 예방하는 수단이 사라지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았던 기억도 있어 더욱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이번에 결단을 내린 것은 현 지분구조상 경영권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자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뿐 아니라 앞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에서도 더 이상 자사주 카드를 쓰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앞서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했다. 삼성물산은 2015년 당시 합병을 앞두고 자사주 5.76%를 KCC에 매각했다. 의결권이 살아난 주식을 바탕으로 KCC가 합병에 찬성하면서 합병안은 69.5% 찬성으로 통과됐다. 앞으로는 삼성물산의 자사주가 0이 되기 때문에 이 같은 카드를 쓸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이 회장이 내야 할 수조 원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한 적이 아직 없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소각해 기업가치가 올라가면 향후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용이해진다"면서 "함께 발표된 배당 확대 정책도 현금 유동성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현재 매주 목요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참석하고 있다. 이 같은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어 이 회장은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삼성물산은 주주가치 제고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기대하고 있다"며 "재판의 핵심 중 하나인 부당합병 주장을 불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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