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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법파업 노조원 손배소 힘들어져 … 강성노조 날개 달아준 野

이종혁 기자

정승환 기자

입력 : 
2023-02-15 19:44:42
수정 : 
2023-02-15 23: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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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업조장법 강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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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손잡고 결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시켰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막기 위해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재계와 법조계는 개정안이 노사 관계를 왜곡시키고, 노조의 불법 쟁의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는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회 환노위 소위는 15일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노사 교섭에서 사용자 범위를 원도급 업체로 확대하고 파업 등 노조 쟁의로 인한 기업의 손해에 대해 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다. 환노위 법안소위는 8명 위원 중 민주당 4명, 정의당 1명, 국민의힘 3명으로 여당이 불리한 구조다.

이번에 법안소위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은 노조법상 노동자와 사용자, 노동쟁의의 개념을 확대하는 2조 개정과, 노조의 쟁의행위에 따른 기업에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3조 개정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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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기업이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게 막는 법 개정 시도는 많았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쟁의의 개념 확장을 함께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개정안은 근로계약 형식과 상관없이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사용자 개념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는 하도급 노조가 근로계약을 맺지 않는 원도급 업체와 직접 단체교섭을 벌일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또 원도급과의 교섭이 결렬되면 쟁의행위를 하는 것도 합법이 된다.

참여연대를 비롯해 노란봉투법 개정에 찬성하는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하도급과 비정규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자 개념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는 이번 법 개정이 노사 관계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종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예컨대 교섭결과 원도급과 하도급 노조 사이에 단협이 체결되면 하도급 업체는 독립된 사업주인데도 자신이 체결하지 않은 단협 적용을 받는 문제가 있다"며 "또 하도급 업체는 단체교섭 당사자가 아니면서 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행위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쟁의 개념도 확대했다. 노조법 2조 5호에서 규정한 노동쟁의 가능 조건을 '노동조건의 결정에 대한 노사 주장의 불일치'에서 '근로조건에 대한 주장의 불일치'로 변경한 것이다. 이는 합법적 쟁의행위 범주를 크게 넓힌다. 현행 법에선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교섭 과정에서만 쟁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하면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도 쟁의를 할 수 있다. 근로조건의 범위 역시 인사나 직무처럼 해석에 따라 확장돼 쟁의의 대상이 지나치게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3조에서 일부 조항을 신설해 노조의 파업으로 입은 손실에 대한 기업의 배상 청구권을 제한했다. 개정안은 3조 2항으로 '법원이 노조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배상의무자별로 개별적으로 책임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즉 기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개별 조합원이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떤 손실을 끼쳤는지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개정안은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자체를 막았던 야당 의원들의 최초 발의안보다는 약화됐다. 그러나 재계는 노란봉투법의 통과 강행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노조법 개정안은 사업장 점거나 생산 방해 등 노조의 불법파업을 보호하고, 계약관계가 없는 원도급 업체에 대해 하도급 노조가 파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라며 "이는 우리 산업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야당은 21일 환노위 전체회의에 노란봉투법을 상정하고 이어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환노위 전체 위원 구성도 민주당 9명, 정의당 1명, 국민의힘 6명으로 민주당의 과반 처리가 가능하다.

여당은 법안의 최종 통과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하기로 했다. 여당은 "노란봉투법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며 즉각 불복 의사를 밝혔고 안건조정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다시 법안을 다뤄보겠다는 것이다. 또 여당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단 법안을 계류시켜 본회의 부의를 막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 과반인 168석을 점한 민주당은 카드가 남아 있다. 민주당은 본회의 직회부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본회의 직회부는 법사위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60일간 법안이 머물러 있으면 국회 본회의로 직행시킬 수 있는 제도다.

[이종혁 기자 / 정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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