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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의사 1명에 어린이중환자 7명 印尼보다 열악한 韓 소아병동

심희진 기자

입력 : 
2023-02-15 17: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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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소아의료 인력난에 붕괴위기
의사 대비 환자 수 선진국은 1명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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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의 소아과가 의료 인프라스트럭처 면에서 우리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인도네시아보다도 더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15일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아중환자실(PICU)을 갖춘 병원 13곳(수도권 6곳·비수도권 7곳)을 대상으로 중환자 수와 전담전문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문의 1명당 담당하는 소아중환자 수는 평균 6.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적으로 소아는 만 1개월부터 18세까지를 일컫는다. 이는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많은 수치다.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전문의 1명당 1.7명, 스위스는 1.8명, 호주는 2.4명 수준이다. 이탈리아는 소아중환자실 전문의 수가 환자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도네시아도 한국보다 수치가 크게 낮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전문의 1명이 담당하는 소아중환자는 평균 3명이다.



지방 이어 수도권 병원도 소아중환자실 붕괴 코앞



 수도권 소재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몽골의 한 병원 의료진이 국내 소아중환자 의료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방문했는데 그곳도 우리보다 전문의 수가 4명이나 더 많았다"며 "대한민국이 해외에 의료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는 게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내 비수도권 소재 A·B병원의 경우 전문의와 전공의가 아예 없다는 점이다. 수도권 C병원도 전문의 없이 전공의 1명으로만 버티고 있다. 지역거점뿐 아니라 수도권 상급병원의 소아중환자실도 붕괴 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중범 대한소아중환자의학회 기획이사는 "중환자실은 담당 의사가 24시간 상주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업무가 과중한데 의료인력마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소아중환자실 전망은 더 어둡다. 수도권 내 2~3개 병원을 제외하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공의가 지원한 곳도 정원에 비해 충원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응급실의 배후 진료인 중환자실이 위태로워지면서 소아응급환자도 안심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전공의 지원 감소에 따른 신규 전문의 배출 부족, 근무여건 악화, 기존 전문의 이탈 등으로 이어지는 의료공백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정부의 투자가 절실하다. 해결 방안으로는 소아중환자실에 대한 금전적 지원과 진료수가를 높이는 것이 거론된다. 소아중환자실 진료가 24시간 지속 가능한 체제로 바뀌려면 최소 5~7명 의사가 필요한데 그만큼의 인력을 유인하려면 확실한 당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중환자실에 대한 평가 잣대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기준에 소아중환자용 병상 수를 별도로 반영하는 방안이다. 현재 중환자실 병상 확보율엔 소아와 성인이 구분돼 있지 않아 병원 측에선 경제성이 좋은 성인 비율을 늘리고 있다. 정부가 의료질평가지원금을 책정할 때도 포괄적인 질환명이 아닌 병원 내 실제 소아중환자가 얼마나 있는지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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