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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국민들 통신비 불만 큰데…데이터 한달치로 피해가려는 통신사

나현준 기자

우수민 기자

입력 : 
2023-02-15 17:47:07
수정 : 
2023-02-15 23: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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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통신 과점 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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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 달간 데이터 30GB를 무료로 준다고 이용자들이 기뻐할까요. 미봉책이자 오히려 데이터 과소비를 유도하려는 꼼수입니다."

15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민생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날짜를 맞춰 무상 데이터 제공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3월에 한해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조치로 '서민 물가부담 경감'과는 한참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저항해온 통신 3사가 또다시 생색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쏟아진 이유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시민 한 명이 한 달에 평균 물 30ℓ를 마시는데 3월에 한해 30ℓ를 더 줄 테니 한 달 안에 다 마시라는 식"이라며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해당 데이터를 이월해야 진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신 3사가 역대 정부에서 통신비 인하 압박을 받을 때마다 본질적 해법이 아닌 미봉책으로 공격을 피하려는 행태가 또 나타났다는 비판이다.

이날 정부와 대통령실에서 나온 목소리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강력했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가 통신시장의 과점 구조를 깨고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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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통신요금 선택권 확대와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강화하라"며 구체적으로 통신요금 구간을 세분화해 국민 통신요금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최근 네트워크 혁신을 위한 투자가 정체돼 있다"며 "이동통신 요금제도 통신사별로 큰 차이가 없어 실질적인 국민 선택권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통신 3사가 역대 최대 경영 실적을 내는 상황에서 5G(5세대) 망 투자와 통신 품질 개선 등 본연의 노력을 하지 않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통신 3사는 지난해 경기 침체 속에서도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과점 체제 속에서 '땅 짚고 헤엄치는' 형태의 경영이 여전하다는 인식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통신 3사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업계 판도를 상황에 따라 통째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시장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비상경제민생회의에 맞춰 "5G 요금제 도매대가 인하를 통해 저렴한 5G 알뜰폰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 수석 역시 외국과 달리 국민이 주로 사용하는 40~100GB 사이 요금제가 출시되지 않고 있다면서 천편일률적인 통신 3사의 5G 요금제를 꼬집었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 대안으로 거론되는 알뜰폰 시장 역시 5G 시장 전체로 보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5G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15만7459명으로 전체 5G 휴대폰 가입자의 0.5%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통신 3사가 고스란히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통신 3사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 4조4000억원대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2014년부터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과 가입자 감소가 맞물리면서 통신 3사 마케팅 비용이 줄고 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지난해 마케팅 비용이 1530억원 감소해 지난해 영업이익 순증가분(1828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 소비자들의 고비용 통신비 구조는 미국 유명 알뜰폰 업체인 '민트폰'과 비교해도 단적으로 확인된다. 민트폰은 월 30달러(약 4만원)에 5G 무제한 서비스(기본 데이터 35GB)를 하고 있다.

국내 알뜰폰 업계는 5G 무제한 요금(기본 데이터 110GB)을 월 4만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 가계소득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우리보다 약 1.5~2배 높은 점을 감안하면 가장 저렴하다는 알뜰폰조차 국민들의 5G 요금 부담이 최소 1.5배가량 더 높은 셈이다. 그럼에도 국민 통신비 절감을 위해선 결국 5G 알뜰폰을 활성화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5G 회원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에 출시된 5G 중간요금제를 알뜰폰 업계에 새로 제공하는 방안이 고려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날 5G 요금 구간을 다양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월 20~30GB 데이터 요금제가 있었지만 앞으로 40~100GB 구간에서도 새로운 요금제가 나올 수 있도록 통신사와 협업하겠다는 것이다. 5G 일반 요금제 대비 가격은 저렴하고 혜택은 확대되는 시니어 요금제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나현준 기자 /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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