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스타트업들 '슈퍼 갑' 네이버·쿠팡 맞서 법개정 운동
공들여 디자인한 12만원 옷, 오픈마켓 3만원 가품 버젓이
공들여 디자인한 12만원 옷, 오픈마켓 3만원 가품 버젓이
한국 문화·콘텐츠 열풍을 타고 자생력을 키우기 시작한 'K패션'이 넘쳐나는 가품에 휘청이고 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국산 디자이너 브랜드 열풍이 불면서 가품 제작업자들이 규제가 까다로운 해외 명품에서 국산 브랜드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오픈마켓들이 가품 근절에 소극적인 점을 파고든 것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온라인에서 판매된 가품은 41만4718점에 달했다. 이 기간 유통된 전체 가품 가운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팔린 비율이 44%였고 쿠팡 위메프 인터파크가 뒤를 이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K패션 브랜드의 디자인을 도용한 가품이 무분별하게 팔리면서 스타트업 업체들이 창의력을 동원해 힘들여 만든 제품들이 반짝 유행 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가품을 방치하면 모처럼 부흥기를 맞은 K패션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품 유통 피해가 눈덩이처럼 확산하자 패션 스타트업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중소 브랜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50여 곳은 이날 서울 성수동에서 발기인 대회를 열고 한국브랜드패션협회를 창립했다. 네이버를 포함한 오픈마켓들이 가품 유통을 방조하는 데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다. 판매 대부분을 온라인에 의존하는 중소 스타트업이 '슈퍼 갑(甲)'인 인터넷 기업에 공식적으로 맞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번째 과제로 가품 유통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페이크 네버(FAKE NEVER)'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국내 오픈마켓은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통신중개판매업자로 분류되는데 불법 거래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협회는 오픈마켓에 가품 유통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여하도록 전자상거래법 개정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지만 전자상거래법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김규식 기자 / 홍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