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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패션' 라방 판치는데 … 플랫폼 책임법 3년째 나몰라라

김규식 기자

홍성용 기자

입력 : 
2023-02-13 17:35:58
수정 : 
2023-02-13 19: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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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 면책주의에 멍드는 K디자이너 브랜드
◆ 짝퉁 방관하는 플랫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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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남동 카페거리는 최근 매일같이 찾아오는 외국인들 때문에 한국어를 듣기 어렵다. 외국인들이 찾는 곳은 마르디메크르디(Mardi Mercredi) 매장. 마르디메크르디는 프랑스어로 '화요일 수요일'을 뜻하지만 실제로는 국내 토종 브랜드다. 디자이너 박화목·이수현 부부가 2018년 출시한 브랜드로 지난해 4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27%에 달한다. 2021년 일본 진출을 본격화했고, 지난해 30억원의 연매출을 거둘 정도로 해외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K패션' 선두주자로 꼽히는 마르디메크르디는 정작 국내에서는 가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마르디메크르디의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는 꽃잎 디자인을 무단으로 베끼고 이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올려 판매하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다. 가품 로고는 중국산 짝퉁을 연상시킨다. '나이키(NIKE)'의 가품 '나이스(NICE)' 사례처럼 '마르디(Mardi)'를 '메르시(Merci)' 등으로 바꿔 로고를 만들고 있다.

무분별하게 오픈마켓을 통해 가품이 유통되고 있지만 네이버 측은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메르시 티셔츠를 제작한 판매업자는 가품을 버젓이 팔았다. 마르디메크르디 티셔츠 정품은 7만5000원이지만 가품인 메르시 티셔츠는 3만9000원. 이마저도 32% 할인한다며 2만6800원에 팔고 있다.

가품 판매업자는 지난해 11월에는 네이버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메르시 티셔츠를 팔기도 했다.

마르디메크르디뿐만 아니다. 국내 중소 브랜드인 '엠엠엘지(Mmlg)'는 숫자 1987과 아래 'Mmlg' 로고를 새긴 티셔츠를 제작했는데 'Mmlg'를 '멘션(mention)'으로만 바꾸고 나머지를 모두 그대로 만든 티셔츠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남성복 브랜드 듀테르의 경우 '뉴욕(NEW YORK)'을 거꾸로 새긴 로고 티셔츠는 디자인을 그대로 베낀 제품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품 판매업자는 사업자등록번호는 물론 이름, 휴대폰 번호, 주소까지 게재하고 있지만 정작 네이버는 아무런 제재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최근 들어 패션 판매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후발주자이기 때문인지 가품 적발에 소극적"이라며 "국내 1위 인터넷 기업이지만 자사 이익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패션업계는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해 통신중개판매업자에게도 가품 판매에 대한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를 나누는데, 거래에 대한 책임은 통신판매업자에게만 부여한다. 현행법에 따르면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소비자와 판매자를 중개하고 수수료 수익을 거둘 뿐 당사자 사이 분쟁에 법적 책임이 없다. 만약 정품 판매업자가 가품을 발견하면 해당 플랫폼에 입점해 판매하는 업자에게 직접 소송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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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패션산업은 대부분 영세업이기 때문에 소송을 감내할 만큼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모여 한국브랜드패션협회를 결성한 배경 또한 이 같은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은 제품을 내놓으면 아무리 길어도 1년 안에 판매해야 한다"면서 "디자인권이나 상표권 분쟁을 시작하면 본안 판결까지 진행하면 최소 1~2년은 걸려 아무도 소송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업계는 오픈마켓에서 벌어지는 불법 상품에 대해 판매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만약 소비자가 가품을 구매했다고 신고하면 네이버는 해당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아둔다는 얘기다. 소비자가 가품을 네이버로 보내면 해당 브랜드 상표권자에게 검수를 요청하거나 한국감정원 등 기관을 통해 검수 조치를 한다는 설명이다. 정품 판매자가 가품이 있다고 신고하면 네이버는 '지적재산권 신고센터'에서 접수한 뒤 지식재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고 밝혔다.

패션업계는 네이버가 다른 플랫폼과 달리 판매 금지에 소극적이라고 반박한다. 쿠팡, 위메프, 인터파크 등 이커머스 플랫폼은 정품 판매업자가 가품을 판매한다고 신고하면 1주일 이내로 금지 조치를 내리는 반면 네이버는 최종 판단까지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설명한다.

마르디메크르디의 경우 2018년 3월 'Mardi Mercredi' 상표권을 등록했고 2021년 5월에는 자사 꽃무늬 디자인 또한 지식재산권으로 등록했다. 지난해 8월부터 이미 디자인을 포함해 모든 상표권은 법적 권리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그 뒤로 판매되는 가품은 모두 불법이다. 이미 상표권을 원저작자가 인정받았기 때문에 유사한 상품 모두를 곧바로 지워야 하지만 네이버는 상표권 분쟁이 끝난 뒤 삭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법원 판례와도 배치되는데 지난해 11월 서울남부지법은 마르디메크르디와 관련된 상표권 소송에서 유사한 상표로 오해할 수 있다면 곧바로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가품 판매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오면서 제조방식도 진화하고 있다"면서도 "플랫폼의 신뢰도와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브랜드와 소비자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규식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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