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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상공서 4번째 '풍선' 격추…"G2갈등 블랙스완"

이유진 기자

손일선 기자

입력 : 
2023-02-13 17:27:26
수정 : 
2023-02-13 22: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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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가 12일(현지시간) 군 전투기를 출격시켜 미국 휴런호 상공에 나타난 미확인 비행물체를 격추했다. 지난 4일 미국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바닷가에서 중국이 보낸 것으로 의심되는 비행물체를 격추한 이후 네 번째다. 미국은 10일과 11일에도 알래스카와 캐나다 유콘 상공에서 비행물체를 격추했는데, 이날까지 3일 연속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12일 밤 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오후 2시 42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시에 따라 F-16 전투기가 이전 세 차례 격추에 사용한 AIM-9 사이드와인더로 해당 물체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글렌 밴허크 미군 북부사령부 최고지휘관 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사령관은 "현재 미국이 다른 물체를 추적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잭 버그먼 공화당 하원의원(미시간)은 폭스뉴스에 "F-16 전투기가 공대공 미사일(AIM-9)로 약 2만피트(약 6000m) 고도에 있는 8각형 구조물을 격추했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 비행체를 몬태나 상공에서부터 추적하다 호수 상공에서 미사일을 쏴 떨어뜨렸다. 끈으로 연결된 8각형 구조물은 물 위로 떨어져 재산이나 민간인 피해는 없었다.

격추 전날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캐나다 접경지인 몬태나주 해버시 영공을 일시 폐쇄했고, 격추 당일에는 미시간호 영공에 민간 항공기 비행 제한조치를 내렸다 해제했다.

미국은 아직까지 비행물체를 '중국 정찰풍선'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미군은 4일 이후 목격·격추된 비행체 세 개에 대해서도 잔해를 분석해야 한다며 출발점과 목적지 등 추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캐나다 당국은 지난 11일 캐나다 상공에서 격추된 물체를 풍선이 아닌 원통형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이 비행체들이 '스파이 임무'를 맡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발언이 나왔다.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는 12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이들은 풍선 함대로, 미국뿐 아니라 남미에서도 발견됐다"며 "중국인이 거짓말하다 들켰다고 생각한다"고 중국을 에둘러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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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들은 비행물체가 3일 연속 목격된 원인으로 '정찰 감시체계 강화'를 거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캐나다군이 이전에는 통과를 허용했던 물체들까지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이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감시 필터를 보다 촘촘하게 설정해 기존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비행체들을 더 걸러내게 됐다는 의미다.

미확인 비행체가 연일 발견되면서 '풍선 사건'은 일시적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미·중 안보 갈등으로 옮겨붙는 분위기다. NYT는 "3일간 파괴된 비행체 중 어떤 물체라도 중국 것으로 밝혀지면 이는 스파이 풍선에 뒤따르는 중대한 도발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도 일부 관리는 이 사건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던 '블랙스완(무작위적이고 예상하기 어렵지만 영향력이 큰 사건)'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 풍선들이 기상 관측용이었으며 바람 때문에 항로를 이탈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풍선 경로가 '의도적'이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네 번째 비행체를 격추한 당일 미국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의 해상 훈련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 해군 7함대는 니미츠 항공모함타격단, 마킨아일랜드상륙준비전단과 제13해병원정대 부대가 11일부터 남중국해에서 통합 원정타격군 작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7함대는 이번 합동훈련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강력한 군사력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니미츠 항공모함타격단은 지난달에도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한편 중국 해안에서도 미확인 비행체가 발견돼 당국이 격추를 예고했다고 중국 매체가 보도했다. 13일 중국 지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산둥성 칭다오시 지모구 해양발전국은 전날 오후 산둥성 르자오시 인근 해역에서 미확인 비행체를 발견해 격추를 준비하고 있다고 인근 어선들에 통지했다. 산둥성 앞바다 상공의 미확인 비행체는 한때 중국 최대 포털인 바이두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중국인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당국은 실제 격추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 풍선도 중국 영공을 침범한 사례가 있다며 맞대응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미국의 고공기구(풍선)가 작년 이후에만 10여 차례 중국 유관 부문의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중국 영공으로 넘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정부가 중국 상공에서 감시기구를 운영한다는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밝혔다.

[서울 이유진 기자 / 베이징/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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