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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尹, 배당·성과급 뿌리는 은행에 일침 …"위기대비 충당금 쌓아라"

한우람 기자

임영신 기자

입력 : 
2023-02-13 17:25:17
수정 : 
2023-02-13 22: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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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에 대책마련 특단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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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자영업자 A씨는 매달 말일이 두렵다. 각종 물품대금을 정산해야 하고, 사업자금 마련차 받았던 3억원짜리 주택담보대출 이자도 같은 날 나가기 때문이다. 2021년 12월만 해도 A씨에게 적용된 이자율은 3.55%, 한 달에 89만원꼴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적용돼온 이자율은 6.34%로 한 달 이자는 159만원으로 치솟았다. 국내 은행 대출의 주요 기준금리인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가 2021년 12월 1.55%에서 지난해 12월 4.34%로 1년 새 2.8배 뛰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원회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공공재' 성격을 도외시하고, 배당과 성과급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상생금융과 충당금 쌓기에 주력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금융지주와 은행이 상생금융과 충당금 확충에 더욱 힘써달라는 주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열린 금융위 업무보고 토론회장에서 "은행은 공공재적 시스템으로 과거 위기 시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했던 경험을 우리는 갖고 있다"며 "그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은행의 투명한 지배구조와 더불어 충당금 확충도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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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이 같은 주문에 금융위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민생금융 방안을 더욱 강화할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고,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 등을 통해 은행권 손실흡수 능력 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조만간 예정된 정부 차원 경제민생회의에서 상세 추진 방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금리인하요구권을 강화하고 대환대출 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활용해 취약차주 이자 부담 완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금융권 지배구조 체제를 개선해 과도한 성과주의 경영 유인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직을 연임하기 위해 단기 실적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국내 금융권의 문제점 중 하나"라며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이를 해소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금융권은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 속에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 당기순이익은 총 15조8506억원에 달했다. 이는 사상 최대이자 코로나19 직전 4대 금융지주 당기순이익 합계 10조9647억원 대비 44.6%나 급증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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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 총배당금은 2조8671억원에서 4조416억원으로 41.0% 늘어났다. 이익 증가 폭에 비례해 배당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주요 은행 임직원들도 기본급 대비 300~400%의 목돈을 성과급 명목으로 올 초 지급받았거나 지급받을 예정이다.

문제는 수익 대부분이 '이자이익'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이자이익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힘입어 39조6735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대출금리 상승 폭을 예금금리가 쫓아가지 못하면서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연간 순이자마진(NIM)은 전년 대비 0.13~0.22%포인트 올랐다.

금융권은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 지원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주요 은행 관계자는 "소외계층 금융 지원, 취약차주 금리 지원 등으로 금융권이 올린 이익을 금융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다양한 방안을 연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금융지주 배당이나 임직원 성과급 등은 조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 대통령 발언을 접한 금융권 관계자 다수는 "올해 배당 규모를 이미 실적발표에서 밝힌 바 있어 외국인 투자자 등 대외 신인도를 감안할 때 이를 줄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성과급 이슈 역시 노사 합의로 결정된 사안이라 노조 설득 없이는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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