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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유령회사 통해 '김프' 노려 … 홍콩 빼돌린 돈, 추적 길 열린다

홍혜진 기자

최근도 기자

입력 : 
2023-02-12 17:27:17
수정 : 
2023-02-12 19: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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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연루 불법외환거래 12조
홍콩 관세청과 협력체계 구축
무역대금으로 가장해 은행 속여
불법송금 70% 이상 홍콩 집중
금감원 6.4조, 관세청 5.6조 적발
자금세탁 종착지 中 추정하지만
관세청, 현재는 자금추적 한계
범죄조직과 연계 드러날지 주목
◆ 불법 판치는 가상자산 ◆
사진설명
가상자산의 법적 빈틈을 활용한 범죄가 기업형 범죄로 지능화되면서 시장 전체의 투명성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우거나 외화 송금이 불법 자금세탁을 위한 통로로 활용된 정황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환치기 조직이 무역대금을 가장해 해외로 빼돌린 가상자산 거래대금도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관세청이 적발해 검찰에 넘긴 무역대금 가장 가상자산 관련 불법 외환거래 규모는 2018년 1조2526억원에서 2020년 208억원으로 줄었다가, 2021년 8268억원, 지난해 5조6717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적발 규모는 2020년과 비교하면 무려 272배 증가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적발해 검찰에 이첩한 파생거래 대금 가장 불법송금 금액 50억4000만달러(약 6조4000억원을)를 더하면 작년 가상자산이 연루된 불법송금 적발 금액은 총 12조원 규모로 불어난다.

한국이 이처럼 가상자산 차익거래의 놀이터로 활용됐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활성화돼 있어 현금화가 용이한 데다 환전도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한국 인근 국가들은 코인의 현금화가 불가능하다. 중국은 2021년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정책을 밝힌 이후 가상화폐 거래소의 중국인 대상 서비스가 완전히 종결됐다. 최근 가상화폐 해킹 진원지로 꼽히는 북한의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중국, 북한과 인접국가이고 디지털자산 거래소공동협의회(DAXA) 소속 거래소에서 거래된 가상자산 거래량은 2021년 4146조원에 달했다. 현금화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아울러 국내와 해외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뜻하는 이른바 '김치프리미엄'도 이 같은 가상화폐 관련 불법 거래 활성화를 부추겼다. 가상자산 연루 불법 외환거래가 활개쳤던 2021년 이후 김치프리미엄이 3%를 넘어섰던 기간은 2021년 3~7월, 같은 해 9~12월, 지난해 5월 등이다. 해외에서 가상자산을 사들인 뒤 국내 거래소로 이를 반입해 매각하고, 이를 다시 외화로 송금할 경우 김치프리미엄만큼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한국 정부가 홍콩 당국과 협의를 하고 불법 송금을 통해 빼돌린 자금 추적과 단속에 나선 것도 뒤늦게나마 이 같은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다만 가상자산 범죄가 조직 차원을 넘어 기업형으로 지능화하고 있어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불법 송금 거래가 집중됐던 홍콩의 경우 현지 골드바 구매 업체가 구매대금을 매각 업체에 지불하는 대신, 현지 거래소에서 구입한 가상자산을 국내 조직에 전송한 사실도 파악됐다. 이 국내 조직은 이를 국내에서 매각해 김치프리미엄을 제외하고 남은 돈을 현지 매각업체에 골드바 중계무역 대금으로 포장해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의 대대적인 가상자산 연루 불법 거래 단속 이후 이 같은 가상자산 연루 불법 거래는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크게 줄었을 가능성이 높다.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사태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도 급감하고 김치프리미엄이 해소된 데다 무역대금을 가장한 외화 송금에 대한 은행의 관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금세탁 창구로 가상자산은 여전히 유효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자금세탁용 코인기술 '믹서' 사용량은 지난해 총 78억달러에 달했다. 이 중 24%인 19억달러는 불법 주소에서 수신한 자금으로 그만큼 '어둠의 돈세탁'에 쓰였음을 방증한다.

은행 창구를 통해 해외로 빠져나간 외화 중 불법성이 의심된 금액 9조2000억원 중 현재 검찰에 넘어간 사건 규모는 약 5조6717억원이다. 관세청은 지난해 무역대금을 가장해 가상자산 환치기 수익금 9조2000억원을 은행을 통해 해외로 송금한 업체 73개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첩받아 추가 수사를 진행했다. 지난해까지 3조5000억원 규모 송금을 한 32개사를 적발해 검찰에 이첩했고 나머지 41개사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이와 별도로 자체 수사를 통해 무역대금 형태를 취한 2조1000억원 규모 불법 송금을 포착해 검찰에 넘겼다.

[홍혜진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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