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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中 '핵탄두 전력' 부상에…美·러 양강체제 무너진다

김규식 기자

신윤재 기자

입력 : 
2023-02-12 17:20:28
수정 : 
2023-02-12 19: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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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시아·中 新3강체제
지난해 350발 보유한 중국
2035년엔 1500발로 늘릴듯
인도·파키스탄·북한도 확대
핵군축 합의 셈법 복잡해져
사진설명
미국과 러시아의 핵전력 양강 체제가 서서히 약화·붕괴되고 있다.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제3세력으로 대두됐고, 인도·파키스탄·북한 등도 보유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양강 체제가 약화되고 핵을 둘러싼 세력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핵무기 감축 움직임에 정체가 걸리는 핵억지력의 판도도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미국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 세계에는 핵탄두가 1만2705발 정도 있다.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보유국으로 인정된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외에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북한 등도 포함된다.

핵탄두 숫자는 냉전 체제가 진행 중이던 1986년 7만374발로 가장 많았다. 당시 폐기를 위해 대기 중이던 것을 제외한 약 6만4000발 중 미국과 소련이 보유하고 있는 게 98%에 달했다.

1989년 냉전이 종식되고 소련이 붕괴한 후에는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핵 감축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2022년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의 핵탄두가 1986년과 비교해 82.6%가량 줄었다. 하지만 중국은 핵탄두 보유량을 1989년 200발에서 2022년 350발로 75% 늘리며 세계 3위 보유국 위치를 공고히 했다. 또 같은 기간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북한 등 기타 국가의 핵탄두 보유량은 47발에서 435발로 증가했다. 결국 미국과 러시아의 보유 비율이 87%로 내려가고 나머지 국가의 보유 비율은 늘었다.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핵전력에 의한) 막강한 전략적 억지 체계를 구축한다"며 핵전력 증강을 시사했다. 미국 국방부는 2035년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1500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언론은 중국군이 2035년 핵탄두 보유량을 900발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미국 국방부 전망이 실현되고 다른 국가들의 핵탄두 보유량이 정체 수준을 이어간다면 전 세계 핵탄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7%가량에서 2035년 14%로 높아지고, 미국·러시아 비중은 8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 러시아의 양강 체제가 미국·러시아·중국의 3강 체제로 변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닛케이가 FAS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 350발 가운데 4분의 3이 장거리 미사일용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상대방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사정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SLBM 등이 전략핵으로 분류된다. 미국과 소련은 냉전기에 상대국의 중추를 파괴할 수 있는 전략핵을 서로 보유하고 있고, 한쪽에서 선제 공격을 해도 다른 쪽이 보복 공격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군사 충돌을 억제하는 힘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냉전 후에도 미국과 러시아는 전략핵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핵 군축을 진행했다.

하지만 중국 등의 부상으로 핵전력 구조가 복잡해지면 힘의 균형에 따른 억지 기능에 변화가 생기고, 군축 합의로 이르는 길도 난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영향으로 지적되는 사항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1998년 핵실험을 하고 나란히 핵을 갖게 된 것처럼 핵 확산 방지와 관련한 규제를 벗어나 지역 긴장을 높이고 주변국을 자극하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전술핵 확대 방침을 표명하고 한국의 일부에서 핵 재배치론이 나오고 있는 점 등을 닛케이는 예로 들었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 서울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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