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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큰장' 美 선점 나서고, 유럽선 물량공세로 中침투 차단

이윤재 기자

입력 : 
2023-02-12 17: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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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북미 압도적 1위로"… 삼성·SK도 수조원대 투자
◆ K배터리 질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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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개사가 올해 최대 2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고되는 가운데 국내외 생산 능력도 대폭 확대한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총 증설 규모는 135기가와트시(GWh)로 회사별로는 100GWh·23GWh·12GWh로 분석된다. 65킬로와트시(kwh) 준중형급 전기차 기준 200만대에 탑재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는 지난해 3개사 총 생산능력 361GWh(LG에너지솔루션 200GWh, 삼성SDI 84GWh, SK온 77GWh) 대비 37%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올해 말 K배터리의 총 생산능력은 약 500GWh(LG에너지솔루션 300GWh·삼성SDI 107GWh· SK온 89GWh)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790GWh, 공급은 1025GWh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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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을 키우고(선점하고), 유럽을 지키고 여기에 중국을 뚫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새해부터 전 세계 배터리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각 사 모두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중국 441만대, 유럽 172만대, 북미 79만대로 이들 세 지역이 전체 판매량(729만대)의 95%를 차지했다.

올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앞두고 있는 미국은 현재 전기차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2021년 64GWh에서 2023년 143GWh, 2025년 453GWh로 연평균 성장률이 63%에 이른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시장에 앞다퉈 투자하며 공을 들이는 이유다.

유럽은 그동안 'K배터리 텃밭'으로 불렸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K배터리 3개사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71%다. 하지만 최근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독일에 첫 해외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본격 가동에 돌입하는 등 한국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CATL의 경우 독일공장은 연산 8GWh 정도로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유럽 공략을 위해 헝가리에 제2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이는 약 10조원이 투입된 연산 100GWh 규모 공장으로 2027년 완공될 예정이다. 한국 업체들이 유럽에서 안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에 중국시장은 현지 업체들이 장악한 안방이지만 한국 업체들이 CATL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계속 두드려야 하는 곳이다.

올해 가장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은 10조원 상당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로 적어도 국내에서만큼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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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세운 1공장 전경. 【사진 제공=얼티엄셀즈】


지역별로는 먼저 미국에서의 생산능력이 지난해 15GWh에서 올해 55GWh로 올라간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1공장 생산량이 확대되고 합작2공장이 가동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압도적인 1위에 올라서겠다는 전략으로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 CATL 등 중국 업체의 진입이 어렵다 보니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 북미 생산 전기차 60%에 자사 배터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난징공장 등 중국에서의 생산능력은 115GWh에서 155GWh로 확대한다. 테슬라 등의 공급 물량 확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유럽(폴란드공장)에서의 생산능력도 70GWh에서 90GWh로 늘어난다. 현재 폴란드공장에서는 폭스바겐·르노·포드 등의 물량이 생산되고 있다.

삼성SDI는 다른 곳과 달리 생산능력을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올해 생산능력이 20GWh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SDI의 최대 생산법인인 헝가리공장을 중심으로 한 각형 증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최근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차세대 46파이 배터리(지름 46㎜ 원통형)에 대한 최종 규격을 올 상반기에 확정하고 이에 대한 투자도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SK온의 경우 미국 조지아2공장 가동으로 인해 올해 총 생산능력은 지난해 대비 12GWh 증가한 89GWh다. SK온은 2024년 중국 옌청2공장과 헝가리 이반처공장에 이어 2025년엔 포드와의 합작법인인 미국 블루오벌SK1·2공장이 가동을 앞두고 있다. 올해는 타사 대비 증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2025년에는 미국·중국·유럽공장들이 일제히 가동에 들어가며 생산능력이 220GWh에 달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총 10조원의 설비투자가 예정된 가운데 이 중 상당 부분인 7조원가량을 배터리 사업의 신규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 지출하기로 했다. 한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올해 배터리 업계는 글로벌 톱티어로 굳히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당분간 대규모 투자 경쟁이 이어질 것이고 기술이 우위에 있다 보니 자금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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