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글자크기 설정

기사 상세

문화

하이브 '동맹 아닌 인수' 강조 …"이수만 경영참여 절대 없다"

정주원 기자

입력 : 
2023-02-10 19:38:12
수정 : 
2023-02-12 13:07:28

글자크기 설정

두 K팝 거물 맞손에 시총 11.5조 엔터공룡 초읽기
사진설명
SM엔터테인먼트에서 밀려난 창업주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자신이 가진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썼다. 경쟁사 하이브에 SM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지분 14.8%를 판 것이다. 경영권도 보장받지 않았다. 자신의 불명예 퇴진만은 막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 성공을 등에 업고 빠르게 덩치를 키워오다 마침내 K팝의 시초 격인 SM까지 품게 됐다. 10일 하이브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이수만 전 총괄이 K팝을 하나의 산업으로 일궈낸 것에 존경의 뜻을 표했고, 이 전 총괄이 그려온 글로벌 비전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레거시를 이어받겠다'는 최대한의 예우를 보였다.

일각에선 우호적인 발표 내용을 '이 전 총괄의 SM 경영 복귀'로 해석할 정도였다. 그러나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의 경영 참여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주요 관계자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거래는 이번 계약으로 끝났다. SM의 미래는 다음 세대가 그려나갈 것"이라며 "이 전 총괄의 경영 복귀나 프로듀싱 영향력 행사는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

이 전 총괄이 K팝 업계에서 쌓아온 '공(功)'에 대한 치하일 뿐 '동맹'의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수만과 반(反)이수만 파벌 간 '편먹기'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향후 하이브 계획대로 SM과의 기업결합이 이뤄지면 SM은 하이브 산하 빅히트뮤직 등의 여러 기획사 레이블처럼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법인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설명
이날 하이브가 공개한 양측 확약 축약본에 따르면 이 전 총괄은 향후 3년간 SM 임직원을 고용하거나 아티스트와 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프로듀싱 업무도 해외에서만 해야 한다. 또 이 전 총괄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하이브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 전 총괄이 SM 주요 자원을 빼내거나 경영에 대한 입김을 지속적으로 행사하는 걸 차단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하이브 측은 또 "이 전 총괄 지분을 전량 매수하지 않은 건 경영권 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15% 이상 인수할 경우 독과점 여부를 따지는 기업결합신고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경우 소액주주에 대한 동시 공개매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그 미만으로 지분량을 맞췄을 뿐이라는 것이다.

향후 SM 지배구조를 주주 친화적으로 개선한다는 방침도 명확히 했다. 이 전 총괄의 '과(過)'로 꼽히던 일감 몰아주기 논란 문제를 해소하면서 경영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SM이 이 전 총괄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 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3년간 추가로 내야 했던 수수료를 없앴고,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 주요 계열사 지분도 대부분 인수하기로 했다.

거래 이면엔 달라진 각자의 셈법이 있었다. 당초 2021년 이 전 총괄의 SM 지분 매각설이 나왔을 때도 하이브는 잠재적 인수자로 눈독을 들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전 총괄은 경쟁사엔 팔지 않겠다는 뜻이 완고했는데, 자신이 회사에 대한 영향력을 잃게 되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지분 정리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이브는 업계 최대 K팝 기획사 타이틀을 유지하면서 2025년까지 이어질 BTS 군 공백기를 채울 K팝 지식재산권(IP)을 대거 확보하게 됐다. 매출의 약 60%를 BTS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세계적인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SM 아티스트를 바탕으로 수익원 다각화의 기반을 보강한 셈이다.

SM은 1996년 H.O.T.를 시작으로 K팝 시장을 개척하며 국내 최대 기획사로 꼽혀왔다. 연습생 육성, A&R 등 현재의 K팝 산업 시스템을 태동시켰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창업주와 경영진의 더딘 대응으로 결국 회사 지배권을 내려놓는 처지가 됐다. 하이브·JYP 등 경쟁사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멀티 레이블 체제를 정립했지만 SM은 이 전 총괄 친인척과 지인 위주의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SM 내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SM 임원급 25명은 "하이브를 포함한 외부의 모든 적대적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한편 유영진 작곡가는 "이수만 선생님 곁에서 뜻을 따르겠다"며 SM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정주원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