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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수출통제 이어 … 美, 월가자금 中첨단분야 투자 막는다

강계만 기자

입력 : 
2023-02-10 17:45:28
수정 : 
2023-02-10 19: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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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찰풍선 사태에 격분
AI·양자컴·반도체까지 포함
새 제재조치 4월 이전 발표
유럽국가에도 동참 요구
작년에만 110억달러 달했던
美자본 中투자 완전금지 검토
사진설명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중국의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미국 자본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에 이어 '월가' 달러화의 중국 유입까지 차단해 기술과 돈이라는 두 가지 무기로 중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려는 전략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군사력 증강에 사용될 수 있는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미국 자본투자를 원천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이르면 올해 4월 이전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 자금 유입을 막으려는 중국 첨단기술 분야에는 양자컴퓨터, 군사용이나 감시용으로 쓰이는 AI, 첨단 반도체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바이오 분야는 장기적 차원에서 미국 자금 차단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은 자국 본토 영공을 횡단하며 정보를 수집한 중국 정찰풍선에 격분했고 중국을 향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맥신 워터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우리는 '헤지펀드, 사모펀드, 월가가 우리 경제를 해치는 방식에 투자하거나 중국 정부의 적대적 행동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9월 미국 첨단기술 분야에 투자하는 외국 자금을 사전에 철저히 심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뒤이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자본의 중국 유출까지 안보 관점에서 점검하겠다고 밝혔고, 현재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중국 자금의 미국 유입과 함께 미국 자본의 중국 유출까지 양방향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또 미국 핵심 기술망과 공급망을 보호하는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기로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민감한 기술에 대한 국외(아웃바운드) 투자 접근 방법을 공식화하는 데 진전이 있다"면서 "특히 수출 통제로는 제어할 수 없으며 가장 민감한 분야에서 경쟁국의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투자가 규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중국 기업을 매입하거나 중국 기업에 투자한 미국 자본은 110억달러(약 13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거래는 중국 벤처기업들에 미국의 혁신 기술 접근성을 높여줬고, 추후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줬다. 미국 컨설팅 업체 로디엄에 따르면 블랙스톤, KKR, 칼라일그룹 등 미국 투자 업체들은 매년 중국에서 3000건에 달하는 투자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미국 재계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 제한이 결국 다른 업체만 배 불려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투자 업체의 손발이 묶인 틈을 비집고 다른 나라 기업들만 실적을 가져갈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연합(EU)에도 동참을 촉구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도 공조해 중국을 완전히 고립시키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이 자금줄을 끊더라도 중국은 첨단기술 개발에 필요한 조달 방안을 계속 찾아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억제할 수 있도록 동시다발적인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의 노트북이나 반도체에 미국산 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전면 차단하는 고강도 제재에도 나설 예정이다. 화웨이는 중국 정부나 군부와 연계해 외국 정보를 탈취하고 첨단 무기와 인권탄압 기술 개발을 돕는다는 의혹을 받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의회를 통과한 반도체지원법을 근거로 보조금을 주고 대신에 향후 10년 동안 중국 공장에 대한 첨단 시설투자를 금지하는 가드레일을 설정했다. 이와 관련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오는 23일 반도체법상 보조금 지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로 했다.

작년 10월 시행된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산업 수출 통제는 첨단 컴퓨터용 반도체칩 수출 금지와 고사양 반도체 생산장비 판매 금지라는 투트랙으로 진행된다. 특히 네덜란드와 일본이 미국 주도의 대중 반도체 포위망에 합류하면서 중국 현지로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는 것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중국 삼성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은 저사양 제품만 생산할 수밖에 없어 낮은 이익률에 직면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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